일본에서 활동 중인 미국 사진작가 겸 전자음악가 William Thomas Long의 앨범. 윌리엄은 여러 개의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2005년부터 시작한 Celer 프로젝트가 그를 대표하는 예명일 것이다. 초창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가 보여준 음악적 궤적과 변화는 이제 앰비언트 계열의 사운드 스케이프를 구성하는 방식을 지나고 있는 듯하다. 이번 앨범은 전작 Future Predictions (2020)과 비교하면 여러 측면에서 대비를 이룬다. 전작의 4곡 중 가장 짧았던 것이 27분이 넘어가는 것에 비해 이번 앨범은 6 트랙이지만 전체 길이는 18분에 불과하다. 단지 길이뿐만 아니라 곡의 구성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전작에서는 루프에 따라 진행되는 점진적 형태를 취했다면, 이번 앨범의 짧은 단편들은 일련의 패턴에 따라 구조화되는 방식을 취한다. 여러 레이어가 하나의 선에서 동시에 출발하여 궁극에는 각각의 여정을 거치며 곡을 마무리하는 방식인데, 그 과정에서 사운드 텍스처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대신 소리 사이의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공간의 부피와 색감의 변화를 연출한다. 다분히 구조적 성격을 지닌 곡들은 루프의 활용을 제한하면서도 반복되는 소리 사이의 간극 변화를 통해 심리적으로는 유사한 효과를 발생한다. 짧은 전자 교향시와 같은 곡들이 수록된 앨범이다.
2021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