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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Cesare Picco - The Last Gate (Decca, 2021)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Cesare Picco의 앨범. 지금까지 체사레가 들려줬던 음악적 테마는 폭넓었다. 한때는 즉흥적 표현을 활용한 서정적인 재즈 솔로가 국내 팬들에게 시선을 끌기도 했으며 때로는 대중적인 취향이 반영된 곡들을 선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다양한 스펙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은 늘 일정한 방향을 향해 수렴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곤 하는데,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터득했던 클래식적인 정서가 그 요인이 아닐까 싶다. 그는 바로크에서부터 현대 고전에 이르는 다양한 양식의 클래식에 대한 음악적 관심을 표출하면서도, 이를 자신의 언어로 내재화하여 작곡과 연주에 반영한다. 이를 통해 체사레는 최근 10년 이상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경향적 특징을 보여주는 곡들을 선보였다. 이번 앨범은 체사레의 최근 작업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연속성을 보여주면서도 새로운 표현들을 가미해 신선함을 더한다. 서정적이면서도 진지하고 내면의 깊은 사려와 일상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작곡과 연주라는 점에서 체사레 다운 앨범이기도 하다. 나름 상징적이면서도 다분히 직설적인 '마지막 관문'이라는 타이틀을 통해 체사레는 지구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음악으로 대중과 공유를 시도한다. 상징적이면서도 직설적이라는 단어들이 어쩌면 이번 앨범의 특징을 요약하는 정의가 아닐까 싶은데, 음악적 기호를 통해 표출되는 그의 메시지들은 다분히 익숙한 관행적 표현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체사레 음악의 장점이기도 하다. 멜로디나 코드 진행에서 의외성이 존재하지는 않는 대신, 이와 같은 친숙함을 통해 구성되는 음악은 쉽게 대중적인 접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의 음악적 메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전략이기도 하며, 체사르의 미덕과도 같은 특기이기도 하다. 또한 이번 앨범에서는 피아노 외에도 섬세한 일렉트로닉을 통해 풍부한 표현을 연출하는가 하면 고전 악기인 하모니움 등을 활용해 더욱 자연스러운 묘사적인 이미지를 완성하기도 한다. I Virtuosi Italiani의 오케스트레이션과 Leonardo Sapere와 Lorenza Baldo의 첼로를 통해 고전적인 표현을 구성하여 기존 작업보다 더 풍부해진 사운드의 규모를 들려주기도 한다. 그래도 그가 지금까지 선보였던 음악적 윤곽은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점에서 여전히 체사레 다운 앨범이다.

 

2021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