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작곡가, 연주자 겸 악기 제작자 Chas Smith의 앨범. 채스의 경력을 이야기할 때 Hans Zimmer와 같은 영화 음악의 여러 거장들과 함께 작업했고, 그가 만든 스틸 페달 기타를 누가누가 연주했다고 하는데, 실제 그의 커리어를 들여다보면 수많은 음악적 도전과 연구를 함께 진행한 인물임을 알게 된다. 대학 졸업 후 43개의 톤을 가진 음계를 구상하고 연주할 있는 악기를 직접 제작하는가 하면, 이를 악보화할 수 있는 독자적인 표기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70년대에는 일렉트로닉 계열에서 활동하며 모듈러 신서사이저 개발에도 참여하는 등 현대 음악에서 그가 기여한 업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일 것이다. 채스가 오래전부터 구현하고 완성한 사운드는 오늘날에도 여러 가상 악기들을 통해 복각되기도 하며, 다양한 장르에서 주요한 소스로 활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작곡가 Charlie Clouser는 채스와 그가 제작한 악기에 대해 경외감을 담은 인터뷰를 가상 악기 제조사인 Spitfire Audio와 진행하기도 했다. 이번 앨범은 채스가 직접 제작한 악기들만으로 연주한 세 개의 곡을 담고 있다. 여러 가지 다양한 금속 부품들을 연결해 마치 하나의 설치 미술품처럼 만든 악기들을 활용하고 있다. 동영상을 보면 이러한 자작 악기들을 연주하는 방식들 또한 다양하여 현악기의 보우를 이용하기도 하고 손으로 휘거나 문질러서 수많은 톤 사운드를 무수히 만들어낼 수 있으며, 본체를 이루는 넓고 유연한 철판은 물론 프레임과 이를 고정하는 긴 볼트에서도 다양한 발성이 가능해 어쩌면 채스 본인도 알지 못하는 새로운 사운드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사운드 그 자체다. 때로는 현악기를 연주하는 듯한 자연스러운 텍스쳐를 보여주는가 하면, 정교하게 패치된 신서사이저의 고급스러운 톤의 사운드 스케이프가 펼쳐지는 등 기존 악기들과 흡사한 표현력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 더 들어보면 이들 악기만의 고유한 표현 또한 쉽게 들을 수 있는데, 무거운 미드-로우와 날카로운 하이를 동시에 표현하는 멀티포닉 한 톤은 물론, 공간에 자연스럽게 퍼진 후 재처럼 무겁게 가라앉는 독특한 리버브는 참으로 인상적이다. 과연 현재의 전자 혹은 디지털 환경에서 이러한 사운드의 조합이 과연 얼마만큼 가능할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아날로그 사운드만으로 섬세한 일렉트로닉을 능가하는 앰비언트 사운드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앨범이다.
2021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