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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Chris Gall Trio - Cosmic Playground (Edition Collage, 2018)


독일 출신 재즈 피아니스트 크리스 갈의 트리오 신보. 크리스는 클래식 피아니스트의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고 이후 버클리 음대에 들어가 새로운 음악의 길을 걷게 된다. 이후 ACT 레이블에서 젊은 독일 뮤지션들을 발굴 소개하기 위해 기획된 Young German Jazz 시리즈를 통해 트리오로 Climbing Up (2008)과 Hello Stranger (2010)를 연이어 발표하며 주목을 받는다. 이후 세션이나 게스트 뮤지션으로 활동을 이어가며 여러 프로젝트를 병행하기도 했는데, Quadro Nuevo 참여를 계기로 GLM Music 산하 재즈 전문 레이블 Edition Collage와 인연을 맺게 되고 Piano Solo (2015) 앨범을 발표하며 자신의 이름으로 다시 음악 작업을 시작할 기회를 갖게 된다. 크리스 트리오 이름으로 8년 만에 녹음된 이 앨범에는 기존 녹음에서도 함께 연주했던 동생 Peter Gall (ds)과 더불어 Henning Sieverts (b)가 참여하고 있다. 기존 ACT의 앨범들은 EST를 영향력을 염두에 두고 있기라도 하듯 록, 클래식, 일렉트로닉 등의 요소들을 결합시킨 다양한 표현들에 몰두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접근을 선보이고 있어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 트리오가 취한 전략은 재즈의 외연 확장보다는 언어의 내밀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그 안에서 다양한 표현의 계기들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때문에 포스트-밥 이후 컨템퍼러리 계열의 보편적 문법에 기반을 둔 정통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지만 교조적인 경직성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고, 피아노의 주법을 비롯한 트리오 진행 과정에서의 유연성을 발휘해 다양한 느낌들이 표출되도록 신경을 쓴 흔적들이 역력하다. 어쩌면 사운드로 드러나는 의도적인 경계의 확장을 시도하기보다는 장르 외부의 언어들을 재즈의 문법과 체계 속에서 내면화하려는 시도로도 해석될 수 있으며, 이는 크리스의 앨범에서 선보였던 솔로 공간에서의 작업을 트리오로 확장한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초기나 쿠아드로 누에보의 작업과 비교하면 다소 의외일 수도 있지만 정통의 신선함을 경험하게 해 준 것은 분명하다.

2018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