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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Christer Fredriksen - Mauve (monovision, 2021)

노르웨이 기타리스트 Christer Fredriksen의 앨범. 올해로 데뷔 10년 차인 크리스테르는 지금까지 자신의 음악적 지향을 담은 많은 레퍼런스를 선보이지는 않았지만 발표한 앨범 하나하나를 통해 확고한 진화의 의지를 선보인 것은 분명하다. Losen을 통해 발매한 Urban Country (2011)와 Trademark (2014)에서는 재즈의 전통적인 언어에 바탕을 두면서도 흔히들 말하는 북유럽적인 정서가 담긴 연주를 들려주고 있는데, 그 분위기나 공간 표현은 다분히 ECM의 작업들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이에 비해 Vit (2017)에서는 일련의 음악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뮤지션들 사이의 인터플레이에 의해 구성되던 공간의 역할을 전위시켜, 그 안을 앰비언트적인 표현으로 대체하는 한편 필드 리코딩이나 일렉트로닉의 요소들을 활용하여 심미적인 애트모스피어를 연출하게 된다. 사실상 장르적인 변화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크리스테르가 구사하는 음악적 언어와 표현은 이전과는 다른 양식을 보여주고 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와 같은 징후들은 그의 이전 작업들에도 암시적인 형태로 이미 존재했던 것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은 전작에서 선보인 음악적 방향성을 더욱 구체화하고 있으며 재즈보다는 앰비언트의 접근을 본격적으로 활용한 작업 방식이 가장 눈에 띈다. 그렇다고 해서 기타가 지닌 고유한 표현의 영역이 축소되거나 상대화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이와 같은 접근은 딜레이나 리버브와 같은 최소한의 이팩트 활용만으로도 기타의 음악적 표현력을 확장하고 있으며, 미묘한 뉘앙스와 디테일을 부각하는 효과도 기대하게 된다. 실제로 앰비언스는 기타의 라인 주변을 감싸는 방식으로 연출되며 연주 그 자체보다는 리버브와 배음을 이루는가 하면 딜레이가 소멸하는 공간의 묘사에 활용되기도 한다. 또한 필드 리코딩이나 주변 효과음 또한 세밀한 묘사를 위한 장치로 개입을 이루기도 하는데, 이는 공간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시에 음악적 내러티브를 구체화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스토리 텔링은 확실히 이전 재즈의 언어에 근거한 작업에서는 좀처럼 쉽게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이며 이번 앨범에서 부각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특히 차분한 톤으로 이루어지는 여유로운 진행과 어울리며 정서적으로도 깊은 울림을 전달하고 있어 인상적인 작업이다.

 

2021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