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전자음악가 Christian Löffler의 앨범. 하우스와 테크노에 특화되었던 크리스티안의 이력이었기에 작년 말 DG에서 베토벤 탄생 250주년에 맞춰 Parallels: Shellac Reworks (Beethoven) (2020) EP가 그의 이름으로 발매된 것을 보고 무척 흥미로웠다. 이번 앨범은 작년 말의 작업에 이어 J.S. 바흐와 쇼팽을 포함한 크리스티안의 작업 확장으로, 이전 EP의 4개 트랙도 함께 수록하고 있다. 고전에 대한 현대적 해석은 작업을 수행하는 뮤지션의 음악적 견해에 의존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작업자가 원곡을 바라보는 관점은 물론 그 곡의 현재성을 사고하는 방식까지 반영하게 된다. 서로 다른 세대의 유대를 염두에 둔 공시성과 현실에서 유의미한 음악적 담론을 끌어내기 위한 통시성을 사고하는 과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Parallels"라는 타이틀은 그 모든 것을 포괄하기 위한 크리스티안의 전략을 집약한 개념이고, 부제의 "Shellac Reworks"는 레진 고착물의 홈 속에서 회전을 통해 재생되었던 고전들을 새롭게 재구성하기 위한 일종의 슬로건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평가는 각자의 몫이지만, 우리의 음악에 대한 생각을 확장하는 유의미한 문제제기임은 분명하다. 전통이라는 관념적 틀에 얽매이지 않고 클래식의 현재와 현재의 클래식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일련의 작업을 꾸준히 발매하는 DG의 노력에도 큰 박수 보낸다.
2021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