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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Claire Rousay - Everything Perfect Is Already Here (Shelter Press, 2022)

미국 전자음악가 Claire Rousay의 앨범. 2019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클레어는 엠비언트 계열의 일렉트로닉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그녀가 다루는 음악은 일상 주변에서 유래한 다양한 소리들을 조합해 인간 사이의 관계 및 자의식을 탐구하는 독특한 영역을 다루고 있다. 실제로 그녀의 음악은 드론이나 사운드스케이프와 같이 일렉트로닉에 의해 조직된 소닉 필드를 배제한 채, 해당 분야에서는 주변적인 요소로 활용되는 필드 리코딩을 전면에 부각하고 있으며, 다양한 연주 악기를 이용한 녹음조차 마치 일상에서 채집한 듯한 분위기로 구성되어 있어, 매우 독특한 형상을 취하고 있다. 때문에 사운드 콜라주와도 같은 실험적인 양식에서 보이는 특징들도 포함하고 있지만, 난해한 추상적 관념이나 해체적 통념의 분열을 다루는 대신, 각기 다른 일상의 다양한 모습들을 중첩해 우리가 주변 대상들과 맺고 있는 상호 관계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듯하다. 때문에 그녀의 음악은 생각보다 쉬운 접근을 허용하며, 사용하는 언어와 표현 역시 소박하면서도 진솔한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짧은 기간 동안 활발한 라이브와 창작을 통해 다수의 싱글과 EP를 발매하기도 했는데, 이번 앨범은 클레어의 네 번째 풀타임 리코딩으로 그녀가 지닌 음악적 특징을 충실히 재현하고 있다. 단 2개의 트랙이지만 각각의 곡은 15분에 이르는 긴 호흡의 흐름으로 이어지며 우리가 주변과 맺고 있는 다양한 상호 관계를 펼쳐 보인다. “It Feels Foolish to Care”와 “Everything Perfect is Already Here”라는 각 곡의 제목은, 마치 클레어가 재현하고자 하는 일상의 생각을 텍스트로 정리한 것처럼 보여, 일정 부분 표제적인 접근을 유도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번 작업에서는 특히 필드 리코딩의 공간적 현재성에 주목하고, 그 순간의 정서적 반영을 피아노 혹은 현악 등과 같은 연주 악기를 비롯해 미세한 디지털 텍스쳐를 조합해 표현하는, 비교적 단순한 음악적 아키텍처를 구성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구조는 장소 혹은 상황의 변화에 따라 다른 유동적인 사운드의 직조를 통해 이동하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일련의 플로우는 마치 클레어의 일상에 동행하는 듯한 정서적 동화를 끌어내는 듯하다. 어느 한순간 마주친 현실에서 떠오르는 상념을 무심히 이어가다 또 다른 장소에 이르게 되고, 다시 그곳에서 다른 감정에 휩싸여 다음 공간에 도달하는 일상의 여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소박한 서정이며 현실을 담은 내러티브다.

 

2022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