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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Clarice Jensen - Ainu Mosir (FatCat, 2021)

미국 현대 음악의 대표적 첼리스트 겸 작곡가 클라리스의 앨범. 이 앨범은 일본의 소수 부족인 아이누 족을 소재로 한 후쿠나가 타케시 영화 Ainu Mosir (2020)의 OST이기도 하다. 앨범은 아이누 족의 민속적 테마를 연상시키는 요소들이 일부 사용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클라리스의 개인적 창의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현재의 보건 위기 상황 때문에 집에서 혼자 모든 것을 녹음해야 했던 클라리스는 첼로 외에도 피아노, 일렉트로닉 등 모든 연주를 직접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첫 번째 트랙에서부터 펠트 한 느낌의 업라이트 사운드가 테마를 이루는데, 이와 같은 모습은 그녀의 음악적 확장을 위한 시도처럼 보여 흥미롭기도 하다. 그래도 그 외의 곡들은 기존 클라리스에게 고유한 음악적 특징들을 잘 녹여내고 있다. 첼로를 이용한 큰 웨이브 여러 개에 중첩되는 드론 스웰과 상황에서 점차 정서 내면으로 침전해 들어가는 듯한 진행은 여전히 클라리스의 것이다. OST 테마들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기에는 개별 트랙들이 지닌 음악적 특징들이 강하다. 영화와 음악 사이에 이질감이 존재할 것 같지만, 소수 부족민의 현실에서 자의식을 찾아가는 주인공에게 초점을 맞춘다면 이보다 절묘한 궁합도 없을 것이다. 영화의 상영시간에 비해 짧은 15분에 불과한 앨범 길이가 유일한 아쉬움이다.

 

2021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