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첼로 연주자 클라리스 젠슨의 솔로 데뷔 앨범. 이번 음반이 젠센에게는 첫 타이틀일지라도 그녀는 American Contemporary Music Ensemble의 예술감독으로서 뿐만 아니라 2000년대 초부터 Jóhann Jóhannsson, Bjork, Owen Pallett, Max Richter, Dustin O'Halloran 등의 앨범에 출연하면서 연주자로서 남다른 커리어를 축적해왔고 작곡, 제작, 지휘 등의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줄리아드 출신의 재원이다. 이번 앨범은 총 51분 분량 네 개의 트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앞 두 곡에서는 젠슨의 음악적 위상을 짐작할 수 있으며 나머지 두 곡을 통해 현재 그녀가 진행하고 있는 작업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첫 번째 곡 "BC"는 얼마 전 우리와 이별한 요한 요한손과 젠센이 공동으로 작곡한 곡으로 세 개의 코드로 구성된 매우 단순한 테마를 옥타브 스케일을 유지하며 점진적인 루프를 이어간다. 이러한 진행은 마치 10년 동안 음악적 협력을 이룬 두 뮤지션의 관계를 보는 듯하다. 두 번째 곡 "Cello Constellations"는 미국 현대음악의 거장 Michael Harrison이 젠슨을 위해 작곡한 곡으로 25개의 첼로 멀티 트랙으로 '군집'을 구성하여 현악기의 고유 질감과는 전혀 다른 명상적 분위기의 드론 효과를 연출하고 있다. "For This From That Will Be Filled"이라는 제목의 나머지 두 곡은 최근 젠슨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프로젝트의 명칭이기도 하다. 이 프로젝트는 앨범의 커버를 제작한 비주얼 아티스트 Jonathan Turner와 협업을 위한 것으로, 음악 그 자체만을 놓고 보면 일렉트릭과 어쿠스틱 사운드 사이의 다양한 관계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다분히 요한손의 영향력이 느껴지기도 하는 이 프로젝트는 이펙트 페달, 멀티 트랙, 테이프 루프,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을 이용하여 첼로 솔로의 영역과 표현을 확장하기 위한 젠슨의 음악적 실험을 담고 있다. 퍼포먼스와 공연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의 유기성을 배제한 상태에서 음악만으로 모든 것을 상상해야 한다는 것이 아쉽다. 이제야 젠슨의 앨범을 만날 수 있어, 많이 늦었지만 반갑다.


2018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