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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Colin Edwin & Robert Jürjendal - Another World (Hard World, 2018)


호주 출신 베이스 연주자 콜린 에드윈과 에스토니아의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로버트 쥬리엔달의 컬래버레이션 앨범. 에드윈은 자신이 속한 그룹 활동과는 별개로 여러 분야의 뮤지션들과 공동 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왔다. 그중에서도 기타리스트들과의 협업이 눈에 띄는데 Jon Durant와는 Burnt Belief라는 이름으로 활동했고 Eraldo Bernocchi와 Metallic Taste of Blood를 결성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Lorenzo Feliciati와 공동 작업을 진행했다. 그와 함께 작업한 기타리스트들의 경우 자신들만의 고유한 톤과 분위기를 지닌 뮤지션들로 에디윈은 마치 이들의 표현을 빌어 자신의 음악적 의지를 투영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쥬리엔달과 함께한 이번 앨범 또한 이러한 에드윈의 전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이번 작업에서 에드윈은 쥬리엔달이 트럼펫 연주자 Aleksei Saks와 결성한 UMA 듀오의 음악적 결과를 일정 부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이를 위해 트럼펫 주자 Ian Dixon도 함께하고 있으며, 음악적 텍스쳐를 완성하기 위한 장치로 Isak Nygaard가 샘플링을 담당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볼드한 에드윈의 베이스와 부유하는 쥬리엔달의 기타의 대비가 이루는 음악적 하모니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이들 둘의 관계 속에서 마치 독립적인 콘텍스트를 구성하고 있는 듯한 딕슨의 트럼펫에서 임팩트가 느껴진다. 물론 앨범 전체의 대칭적 균형을 이루는 것은 베이스와 기타의 관계지만 그 자체만으로 음악적 콘텐츠를 확보하기에는 둘 사이의 긴장은 느슨한 인상을 준다. 딕슨의 트럼펫은 이러한 관계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취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지만 명료한 이미지를 형상화함으로써 베이스와 기타의 합의를 구체화하고 동시에 교란시킴으로써 음악적 텐션을 구성한다. 단순한 인스트루멘탈 록에 그칠 수 있었던 연주에 딕슨은 누아르적인 분위기를 덧씌워 다크한 재즈의 분위기를 연출하는가 하면, 니가드의 샘플링을 통해 사운드 스케이프를 완성시켜 심원한 앰비언트적 효과를 완성하기도 한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에드윈의 큰 그림 일지도 모른다.

2018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