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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Colin Vallon Trio – Le Vent (ECM, 2014)

콜랭 발롱 트리오의 두 번째 ECM 레코딩. 이번 앨범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발롱과 호흡을 맞춰온 Samuel Rohrer 대신 Julian Sartorius가 드러머로 참여했으며, Patrice Moret는 이번 앨범에서도 베이스 연주자로 함께한다. ECM 이전의 음반들에서는 주로 임프로바이징과 이를 통해 구성되는 음악적 진행에 집중했다면, ECM에서 발표된 전작에서는 트리오 인터플레이의 긴장과, 관계의 변화를 통해 확장되고 구체화되는 테마들이 중심이 된 듯한 느낌을 강하게 줬다. 이번 앨범 역시 전작의 기본적인 특징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멤버의 변화가 가져온 결과는 놀랍다. 새로운 드러머 사르토리우스는 피아노가 개방한 공간 위에, 마치 섬세한 붓터치와 점묘로 이미지를 완성해가듯 다양한 사운드의 형상들을 펼친다. 그런가 하면 베이스와 피아노 사이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조율하고 새로운 긴장의 요소들을 제시하기도 하고, 소리의 빈 공간을 체워주는 일상적 역할에도 적극적이다. 발롱과 모레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대해 구체적인 배경과 상황을 묘사해주는 듯한 사르토리우스의 드럼이 있어 비교적 미니멀한 테마들로도 네러티브의 깊이를 확보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작에서 새롭게 재시했던 발롱 트리오의 음악적 지향을 보다 진화한 형태로 완성시킨 앨범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느낌이다.

2014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