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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Colin Vallon - Danse (ECM, 2017)


콜랭 발롱 트리오의 세 번째 ECM 앨범. 이번 앨범에서도 전작과 같이Julian Sartorius (ds)와 Patrice Moret (b) 등이 참여하고 있다. 발롱은 ECM 데뷔 이후 피아노 트리오에 대한 새로운 공간 구성을 선보이며 그 표현의 음악적 내밀함을 강조해왔다. 이번 앨범 역시 Rruga (2011)와 Le Vent (2014)의 연장 속에서 살펴볼 여지가 충분하다. 임프로바이징을 중심으로 한 진행이나 표현의 추상적 전개에 관심을 보였던 ECM 이전의 스타일과는 달리 레이블 데뷔 이후 발롱은 트리오라는 구성적 공간의 균형, 그리고 그 안에서의 텐션 및 변화의 관계에 집중하게 된다. 미니멀하지만 디테일하고 고요하지만 긴장감이 감도는 음악적 표현은 발롱 트리오만의 고유한 음악적 텍스쳐와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이번 앨범 또한 큰 맥락에서 이러한 느낌을 벗어나지 않는다. 변신이나 진화보다는 새로운 곡들을 선보이면서 기존 스타일의 완성을 재확인하고 그 표현의 다면적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고요함과 긴장감이 공존하는 사운드의 연출에 있어 멤버들 각자가 점유하는 공간의 유기성은 특히 중요하다. 진행의 안정감과 곡 전체의 톤을 만드는 모레의 베이스와 묘사의 디테일을 완성해가는 사르토리우스의 드럼은 마치 대칭적인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둘은 공통의 공간을 공유하며 발롱의 테마와 진행에 대해 명료하고 세밀한 방식의 구체적 네러티브를 완성시킨다. 발롱 트리오의 이러한 면모는 현재 재즈씬에서 진행 중인 피아노 트리오의 다양한 분화와 변이의 과정 속에서도 독창적 위상을 점유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긴밀한 내적 유기성이 발현하는 다양한 형태의 긴장과, 그 안에서도 쉽게 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심미적 안정감은 다른 트리오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발롱 트리오의 매력일 것이다. 서정적 묘사가 인상적인 "Sisyphe"와 같은 곡은 물론 유기적 긴장이 만들어내는 집약적 표현의 "Oort"와 같은 연주에 이르기까지 이 앨범이 지닌 여러 모습들에 주목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2017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