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Conrad Praetzel - Adventures into Somethingness (Paleo, 2022)

미국 작곡가 겸 연주자 Conrad Praetzel의 앨범. 콘래드는 콘래드는 1990년대 초 데뷔 이후 30년 이상 음악 활동을 이어온 뮤지션으로, 초기에는 자신의 이름으로 민속적인 테마를 바탕으로 하는 월드 뮤직 계열의 연주를 선보였으며, 2000년대 이후 Robert Powell과 Clothesline Revival 프로젝트를 결성하면서 포크, 컨츄리, 록, 웨스턴 등을 포괄하는 아메리카나 양식에 기반한 일련의 앨범을 발매한다. 이번 앨범은 24년 만에 콘래드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한 타이틀인데, 독특한 점은 기존에 선보였던 민속적인 테마로 회귀하는 대신 앰비언트 계열의 일렉트로닉이라는 새로운 접근을 제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장르적인 전위를 통해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운드 디자이너라는 콘래드의 경력에 비춰 본다면, 그리고 CR 시절을 포함한 그 이전의 작업에서 활용되었던 복합적인 사운드의 요소를 떠올리면, 이와 같은 변화는 어쩌면 그에게 고유한 음악적 양식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가능할 듯싶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앨범은 기존 자신의 음악에서 전면을 구성했던 민속적 양식, 혹은 콘래드의 표현을 빌리면 “전통적인 뿌리 음악”의 특징을 배재하거나 상대화하는 대신, 그 이면에서 부분적인 요소로 활용되었던 일련의 특징을 부각했다고 볼 수 있으며, 실제로 몇몇 트랙에서는 이와 같은 기존의 흔적들이 은연중에 모습을 드러내는 복합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번 작업에서는 무엇보다 사운드 디자이너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는데, 전자 악기의 미세한 튜닝에 의해 완성된 음향 외에도, 기타와 같은 연주 악기를 이펙트와 페달을 통해 굴절시켜 독특한 질감과 농도를 지닌 소리를 연출하고 있다. 개별적인 사운드는 각 곡의 특색에 맞는 복합적인 조합을 이루며, 그 중첩과 배음을 통해 독특한 드론을 연출하는가 하면, 음향이 분절하며 글리치 한 텍스처를 만들어 공간을 압박하는 듯한 강한 밀도감을 채우기도 한다. 인상적인 것은 이와 같은 다양한 사운드의 요소를 활용하면서도 특정한 형식적 규범으로부터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도입에서 이루어진 특정한 사운드의 조합이 자연스러운 음악적 플로우를 이끌어내고, 그 자체가 다른 음향적 균형을 완성하며 새로운 진행으로 이어지는 듯한 모습은, 마치 자유로운 의식의 흐름을 반영하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연출되는 텐션의 응축과 이완은 그 자체로 하나의 고유한 음악적 내러티브를 이루는가 하면, 각 과정의 세밀함은 이미지너리 한 시각적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하여, 음악이 우리에게 전하는 경험은 무척 풍부하고 생생하기까지 하다. 앰비언트의 고유한 언어에 충실하면서도 음악이 전하는 자연스러운 이야기의 흐름과 더불어 정서적으로도 섬세한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어 매력적인 경험을 전하는 앨범이다.

 

2022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