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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Craig Taborn - Shadow Plays (ECM, 2021)

미국 재즈 피아니스트 Craig Taborn의 솔로 라이브 앨범. 1990년대 후반 ECM과 첫 인연을 맺었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작업을 이어오면서도 여러 레이블들을 통해 다양한 녹음을 선보이기도 하는데, 피아노 외에도 신서사이저나 오르간 등을 이용해 확장된 표현을 보여주는가 하면, 실험적인 앰비언트나 감각적인 테크노와 같은 전혀 의외의 장르적 표출을 들려주기도 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음악적 표현과 표출 속에서도 그는 임프로바이저라는 본연의 음악적 본능을 내재하고 있었으며, 이는 여러 뮤지션들과의 협연에서도 훌륭하게 드러난다. 이와 같은 크레이그의 재능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순간은 그의 첫 솔로 녹음인 Avenging Angel (2011)이 아닐까 싶은데, 온전한 자신의 언어와 목소리를 통해 창의적인 디테일을 완성한 즉흥 퍼포먼스는 치밀한 음악적 내러티브로도 깊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번 앨범은 그로부터 10년 만에 선보이는 솔로 녹음으로 작년 3월 빈 콘체르트하우스 모차르트 홀에서의 라이브를 담고 있다. 콘서트 형식을 지니고 있지만 온전히 즉흥적인 아이디어에 의존해 연주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풍부하게 드러나는 음악적 상상력과 창의적 진행은 크레이그의 냉철하고 치밀한 직관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단순한 테마를 마치 루프처럼 반복적으로 이어가다 이를 서서히 변주를 이용해 새로운 모티브로 전환하고 그 공간을 다시 점진적인 해체를 통한 재구성을 거치며 일련의 치밀한 내러티브를 완성한다. 새로운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를 현재의 연주에서 발견하고 이를 점진적으로 발전 시켜 암묵적인 해체와 재구성을 동시에 이루는 진행은, 기존 즉흥 연주에서 관행적으로 붙여 사용하던 '자유'라는 단어를 지우는 대신 구조화된 창의적 직관을 도입한 모습처럼 보인다. 그 과정에는 어떤 망설임도 없으며 균일한 색감과 채도를 지니면서도 풍부한 정서적 표현을 완성하는 인상적인 디테일을 보여준다. 다만 크레이그의 피아노가 들려주는 폭넓은 음역의 다이내믹을 온전히 수음하지 못해 마스터링 과정에서 많이 고생한 듯한 흔적이 보이는데, 전체적인 음향의 벨런스나 리버브는 어느 정도 정돈된 인상을 주는 반면, 출력 부족한 앰프로 모니터를 구동하여 마치 장막을 사이에 두고 연주를 듣는 것 같은 답답한 느낌은 아쉬운 대목이다.

 

2021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