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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Cymin Samawatie & Ketan Bhatti - Trickster Orchestra (ECM, 2021)

보컬 Cymin Samawatie와 드럼/퍼커션 Ketan Bhatti이 공동 결성한 Trickster Orchestra의 앨범. 시민과 케탄은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Cyminology의 멤버로, 그룹 활동과는 별개로 베를린 필 하모닉의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Trickster Orchestra를 결성하는데, 이후 오케스트라는 독립적인 프로그램으로 고유의 음악적 영역을 구축하게 된다. 시미놀로지가 이란과 독일 가정에서 태어난 시민의 다문화적 특성을 반영한다면 TO는 문화적 다양성의 영역을 더욱 넓게 확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룹이 보여준 재즈와 민속의 경계를 넘어서 고전적인 오케스트라의 전통은 물론 현대음악적 특징까지 수용하는 복합성을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TO의 음악은 무척 다면적이면서도 다양한 방식이 장르적 교차를 통해 무한한 영역의 표현을 실현하고 있다. 무조음악의 구성 속에서 동양적 펜타토닉의 기악을 결합하는가 하면, 전통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의 위상을 전위시켜 타악의 공간을 개방하는 등 다양한 실험적 표현들이 등장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표현 자체가 추상 혹은 해체의 범주에서 진행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오히려 개별적 요소가 지닌 특징을 극대화하고 이를 하나의 단일 구성 속에서 어떻게 배열하고 조직할 것인가에 초점을 둔 듯한 인상이 강하다. 때문에 개별 트랙이 들려주는 인상은 그 음악에서 주요 요소로 작용한 악기, 장르, 문화, 시대 등의 특징에 의해 강하게 지배되며, 앨범은 마치 이러한 요소적 총체성을 집합시키는 멜팅 팟 같은 느낌을 주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종교적 다양성까지 포용하려는 의도 또한 강하게 반영되고 있으며, 이는 직설적인 가사의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다만 강한 일본색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고토나 중국 관악기 쉥의 음색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귀에 살짝 거슬리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문화, 시대, 장르 등 모든 것을 집단화하려 한 음악적 시도를 담고 있는,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하는 앨범이다.

 

2021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