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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Dan Caine & Musicformessier - Timelessness (Fluttery, 2017)


영국의 Dan Caine과 Musicformessier 및 Black Hill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헝가리 출신 István Csarnogurszky의 컬래버레이션 앨범. 이 둘은 기타리스트라는 공통점 외에도 포스트-록 계열의 음악을 주로 선보였다는 장르적 특징도 공유하고 있다. 포스트-록의 폭 넓은 경향성과 음악적 스펙트럼 속에서도 이들은 차분한 앰비언트적인 분위기와 슈게이즈가 연상되는 관조적인 기타 톤을 지니고 있다는 음악적 특징 또한 유사하다. 때문에 이 둘의 음악적 협업은 기존 이들이 각자 선보였던 음악 작업의 연장 속에서도 쉽게 유추할 수 있으며, 그 결과 또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제 관심은 너무나도 닮은 이들 두 뮤지션이 어떤 방식으로 공동 작업을 수행하고 그 시너지를 음악적 성과로 담아내느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 한다면 메인과 서브로 서로 확연히 구분되는 두 기타리스트의 관계 때문에 과연 협업이라는 이름이 온당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지만, 어찌되었든 이 둘은 각자의 역할과 공간을 분할하는 방식으로 공동 작업의 방향을 설정한 듯 한다. 댄의 기타가 서정적인 라인을 이끌고 전체적인 음악적 텍스쳐를 그려내면 이스트반의 기타는 안정적인 하모니를 제공하고 음유적인 톤을 완성해가는 방식으로 협연을 완성한다. 이는 마치 예전 댄의 작업 속에서 자신의 연주에 오버 더빙을 거쳐 음악을 완성하던 것과 방법적으로 유사하지만, 단지 이스트반의 기타가 보다 시적이고 몽환적인 레이어의 공간을 제공했다는 것은 차이점일 것이다. 앨범의 타이틀부터 곡의 제목들까지 다분히 관념적인 단어들로 되어있는데, 이는 음악 그 자체가 표현하고자 하는 정서적 감정과 분위기에 집중하고자 했던 의도가 아닌가 짐작된다. 인상적인 커버 아트는 Ferenc Kapille가 담당하고 있는데, 늘 그렇듯 그의 일러스트는 마치 Roger Dean이 그랬던 것처럼 음악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기대했던 것에 비해 조금 싱거웠다는 점을 제외하면 앨범의 사색적 분위기 만큼은 인상적이다.

 

2017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