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비발디의 원전연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니엘 호프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관심과 호기심의 연장에서 구입한 앨범. 베스트호프나 바흐의 곡도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20~21세기의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곡이 주 레파토리를 이루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조금은 당혹스러운 느낌. 피타고라스의 이론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인지 아니면 스트라우스에게서 영감을 받은] 앨범 타이틀인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그 관련성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난감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앨범에서 호프는 현대 작곡가들의 곡들로 아름다운 감성을 제공하려고 했다는 점이다(뭐.. 여기까지는 나쁜 것은 아니다). 에이나우디나 포레의 곡을 예쁘게 연주했다는 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겠지만 이러한 시도를 파르트나 프로코피에브(호프가 연주했던 그의 곡 제목이 “Spheres”!)까지 연장했다는 것은 솔직히 무리수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칼 젠킨스, 니만, 군터만의 곡들에서도 원곡과는 다른 정서가 전해지기는 마찬가지다. 감정을 억누른 고요한 내면의 울림이 흘러야 할 순간에 연주자는 예쁘게 볼터치를 가다듬는 듯 했고(파르트의 “Fratres”), 차분하게 한 걸음 신중하게 진행을 이어가야 할 때 호프는 더 예쁘게 보이도록 옷에 장신구를 달고 나온 듯 했다(글라스의 “Echorus” – 그 미세한 비브라토, 솔직히 그건 좀 아니다). 원곡들에 대한 해석은 순전히 연주자의 몫이기 때문에 그 자체를 두고 거부감을 표현한다는 것이 그렇긴 하지만 (쩝.. 그럴 능력도 없고) 이번 앨범에서 호프가 욕심을 지나치게 부린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뭐, 마케팅의 힘을 빌린다면 잘 팔릴 것 같다. (참.. 책은 많이 팔렸나?)
2014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