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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Daniel Thatcher - Waterwheel (Shifting Paradigm, 2021)

독일 출신 미국 베이스 연주자 Daniel Thatcher의 앨범. 20년 가까운 그의 음악 커리어를 생각하면 이번 앨범이 리더로 발매되는 첫 타이틀이라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번 녹음을 위해 기타 John Kregor와 Matt Gold, 드럼 Devin Drobka 등 다니엘과 동시대를 공유하는 뮤지션들이 함께하고 있다. 기타리스트 두 명을 스테레오 좌우에 배치한 포맷으로 리코딩을 진행한다면 누구나 예측 가능한 공간적 구성을 떠올릴 수 있는데, 베이스 연주자가 리드하는 녹음임에도 다니엘은 섣불리 나서서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어필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묘하게 서로 다른 톤을 지닌 두 개의 기타를 양옆에 전진 배치해 둘 사이의 대비가 연출하는 효과를 오히려 더욱 부각하는 방식으로 녹음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리더는 작곡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부각하는데, 다분히 레트로 한 느낌의 록 사운드에서부터 추상적 표현들의 전개와 맞물리는 두 기타리스트의 임프로바이징이 대결을 펼치는 듯한 아방가르드한 표현에 이르기까지, 평소 다니엘의 음악적 경험과 취향이 반영된 다양한 오리지널들을 선보이고 있다. 다양한 유형의 음악적 양식들이 펼쳐지고 있음에도 두 기타리스트 각자의 톤과 사운드는 거의 일정한 균일함을 보여주고 있고, 이들의 표현에 대응하는 드럼의 기민한 개입 또한 늘 한결같은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앨범 전체적으로는 뛰어난 일관된 스타일링을 완성하고 있다. 두 기타리스트와 드럼은 물론, 심지어 다니엘 자신 또한 각자의 기교를 앞세운 표현을 대놓고 드러내지 않다는 점이 앨범의 가장 큰 미덕이라 할 수 있다. 숨긴다고 숨길 수 없는 완성형의 테크니션들임에도 전체의 진행과 인터플레이의 계기를 통해 적절한 표출이 이루어지며, 이는 연주 자체가 지향하는 자유로우면서도 시적인 라인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리더인 다니엘이 무대 전면에 나서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음에도, 이와 같은 유려한 진행 속에서도 늘 중심점에서 중력의 힘으로 작용하는 듯한 안정된 워킹을 보여주고 있어, 쿼텟의 응집력 있는 연주와 사운드가 완성될 수 있었음은 분명하다. 집단적 창의와 배려로 완성된 인상적인 앨범이다.

 

2021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