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Danielle Eva Schwob - Out of the Tunnel (Innova, 2021)

미국에서 활동 중인 영국 출신 작곡가 겸 프로듀서 Danielle Eva Schwob의 앨범. 다니엘라는 지금까지 주로 실험적인 전자음악, 영화 및 광고 영상들을 위한 작업을 주로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앨범은 미국 작곡가 포럼의 의뢰를 받아 그녀가 작곡한 것으로 고전적인 규범을 보여주는 현대 작곡의 특징을 온전히 반영하고 있다. 참여한 뮤지션 또한 그래미에 노미네이트 된 PUBLIQuartet을 비롯한 하프 연주자 Ashley Jackson, 플루트 Nathalie Joachim, 첼로 Michael Nicolas, 피아노 Orion Weiss 등 현재 미국의 인디 클래식 신을 대표하는 다양한 뮤지션들의 연주로 재현하고 있다. PQ가 연주한 타이틀곡 "Out of the Tunnel"은 총 4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분히 전통적인 실내악의 규범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각기 퍼스트, 세컨드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등이 각자 다른 층위의 위상에서 서로의 사운드를 중첩하는 방식으로 앙상블을 구성하고 있어 다분히 현대적인 인상을 강하게 내포하는데, 연주 외에도 여기에 뒷배경 멀리에 거의 들릴 듯 말 듯 한 매우 미세한 전자음향의 배음을 섬세하게 배치하여 공간적인 넓이는 물론 세밀한 질감을 조율하는 등 디테일의 완성에도 많은 정성을 기울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 외에도 하프, 비올라, 플루트로 이루어진 "Breathing Underwater"에서는 독립적인 연주 악기들의 멜로디가 조밀한 하모니로 조화를 이루는 과정을 보여주는가 하면, 비브라폰과 플루트의 듀엣 버전으로 편곡된 "Traveling North"은 몽환적인 분위기의 신비감 감도는 앙상블을 완성하기도 한다. 그 외의 곡들은 솔로 연주로 이루어졌는데, 다니엘의 오랜 동료이며 이번 프로젝트의 출발에서부터 함께했던 애슐리 잭슨의 하프 연주가 담긴 "The Long Way Down"을 비롯해 아일랜드 화가를 모티브로 한 첼리스트 미카엘 니콜라스의 "Reflections on Francis Bacon"과 독일 출신 영국의 사실주의 화가에 대한 반영을 담은 오리온 와이즈의 피아노로 완성된 "Reflections on Lucian Freud"가 담겨있다. 전체적으로 앨범은 옴니버스적인 성격이 강하면서도, 그 다양성 속에서 다니엘이 지향하는 음악적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접해본 현대 작곡의 최근 작업 중에서 주목해볼 만한 기록이며, 최근의 고립과 관련한 문화적 폭발 속에서 새로운 음악적 창의를 담은 성과 중 눈에 띄는 앨범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2021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