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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Danielle de Gruttola, Henry Kaiser, Benedicte Maurseth, Stein Urheim - Be Here Whenever (Jazzland, 2021)

첼로 Danielle de Gruttola, 전자 기타 Henry Kaiser, 노르웨이 전통 현악기 피들 Benedicte Maurseth, 기타 Stein Urheim의 협연을 담고 있는 앨범. 현악기로만 이루어졌지만 그 면면을 보면 전통과 현대, 일렉트릭과 어쿠스틱이 결합한 독특한 구성임을 알 수 있다. 이보다 독특한 것은 앨범 전체는 어느 특정한 장르적 지향성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임프로바이징을 바탕에 두고 있지만 그 표출 양식은 민속음악에서부터 앰비언트에 이르는 다양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어떤 악기가 전면에 나서느냐에 따라 블루지한 느낌에서부터 모던 클래시컬한 경향성까지 그 분위기 또한 다채롭다. 그만큼 공간적 자율성을 어떻게 구성하고 개별 모멘텀의 리드를 누가 하느냐에 따라 각 곡의 느낌이나 분위기는 물론 장르적 특징까지 달라지는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준다. 공간의 자율성을 우선에 두고 있는 탓에 개별 뮤지션이 음악적 합의에 이르기 위해 보여주는 태도 또한 다분히 관조적이다. 개별적인 라인들이 다면적인 중첩을 이루는가 하면, 그 어느 누구도 단일한 합을 위한 적극적 개입을 의도하지 않는 듯한 소심함을 시종일관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도 앨범은 하나의 균일한 질감을 지속하는 치밀함을 보여주고 있다. 각 악기들이 자신의 고유한 톤에서 벗어난 과감한 표현을 배제한 이유도 존재할 수 있으며, 앨범이 지향하는 테마에 따른 집단적 선행 합의의 결과일 수도 있을 듯하다. 커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앨범은 극지대의 경관과 변화에 관한 묘사적 표현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장르적 다양성이나 형식적 유연성은 물론,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각자의 공간에서 있는 그대로 흐르는 개별 연주의 구성 또한 나름 설득력을 지닌다. 익숙한 것들이 조금은 낯설게 조화를 이루어 색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장르적 고정관념을 벗어나 소리 그 자체의 통합과 소멸에 귀 기울이는 것도 흥미로운 과정이다. 낯설지만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앨범이다.

 

2021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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