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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Dave Holland - Another Land (Edition, 2021)

영국 베이시스트 Dave Holland의 앨범. 이번 앨범은 기타 Kevin Eubanks와 드럼 Obed Calvaire이 참여하고 있어, 인적 구성만 보더라도 대충 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레이블의 지난 Good Hope (2019)는 물론 그 전후로 거의 매년 발매된 여러 작업들을 보더라도 어느 하나 공통점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적 표현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쯤 되면 이제는 노장께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여생 음악과 즐겁게 살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엿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케빈과 오베드의 조합이면 당연히 그루브 가득한 음악을 연상하게 될 텐데, 그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데이브는 더블베이스는 물론 베이스 기타까지 연주하며 이번 조합을 통해 표현 가능한 거의 모든 것을 뽑아내기 위해 다양한 접근을 선보인다. 솔직히 이번 앨범에서 데이브가 무엇을 어떻게 연주했는지에 대해 세세하게 살펴본다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실감하게 된다. 50년이 넘는 그의 음악 역사 동안 데이브는 재즈와 그 주변 장르와의 모든 경계적 표현들을 실천적으로 통합했을 뿐만 아니라 그 어떠한 조합에서도 자신의 음악적 의지를 표출할 수 있는 고인물 중에서도 가장 깊은 수심에 자리 잡고 있는 심층수이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 또한 최근 몇 년 사이에 발매된 그의 작업들과 마찬가지로, 기쁜 마음으로 즐겁게 감상하면 된다. 이미 그에게는 매우 복합적이고 복잡한 구성조차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편안한 표현으로 풀어내는 능력이 있으며, 단순한 라인에서조차 그 세밀함을 파악할 수 있는 디테일까지 일상적 언어로 묘사 가능한 연주자이기 때문이다. 듣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 심오함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앨범에서 때로는 펑키한 바운스의 리드미컬한 경쾌함을 강조하는가 하면, 모달 어프로치를 활용해 이미지너리 한 공간 묘사를 선보이며, 우리의 예상과 기대가 얼마나 단편적이었는지를 친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재즈가 도달할 수 있는 '또 다른 경지'가 무엇인지를, 편안하고 익숙한 언어로 보여주는 앨범이다.

 

2021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