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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David Cordero - Winter Landscape (Archives, 2022)

스페인 전자음악가 David Cordero의 앨범. 다비드는 2010년 초 솔로 데뷔와 동시에 앰비언트 계열의 전자음악을 꾸준히 선보이며 세계 각국의 전문 레이블을 통해 자신의 작업을 발표하며 나름의 입지를 구축하게 된다. 한동안 자신의 레이블 Knockturne을 운영하며 다양한 장르적 유형의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정작 본인 작업과의 접점은 최소화하며 나름의 음악적 일관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레이블 운영이 주춤해진 최근 몇 년 전부터 다비드는 무척 활발하게 개인 작업을 다양한 레이블을 통해 선보이게 되는데, 이를 통해 앰비언트 분야에서 자신만의 음악적 색채를 굳건히 다지는 동시에 여러 뮤지션들과의 공동 작업도 병행하며 표현의 확장을 위한 신중한 태도를 보여주기도 한다. 2-3년 사이에 10여 편에 가까운 라이브러리를 선보이면서 일련의 균일한 톤과 텍스쳐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듯하면서도, 각각의 앨범들은 저마다의 고유한 특징들을 담아내기도 한다. 때로는 관념적인 상징이나 개념적 표현을 다루는가 하면, 표제적인 성격을 지닌 음악을 통해 정서와 사물의 내면에 천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번 앨범에서는 ‘겨울 풍경’이라는 타이틀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자연의 일상성에 주목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심리적 고립감을 다루는 곡도 포함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개별 곡 각각은 제목들을 통해 경관에 대한 묘사적 표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그에 적합한 나름의 표제적 성격도 보여주는 듯하다. 평소 다비드가 보여준 밀도 있는 사운드 공간의 구성은 앨범의 타이틀과 맞물리며 보다 생생한 느낌으로 전달된다. 전대역에 걸쳐 고른 음향의 스펙트럼을 활용하면서도 중고역대에 여려 겹의 사운드 스케이프를 중첩해 전체적인 곡의 온도를 겨울 분위기에 맞게 연출하고, 곡의 테마에 맞는 상징적인 소리를 세밀하게 큐레이팅 하여 패닝을 이용하거나 독특한 리버브를 연출함으로써 묘사적인 특징을 강하게 부각하기도 한다. 다비드는 복합적인 사운드의 구성을 피하는 대신 개별 사운드가 공간 속에서 작용하는 역할을 극대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비교적 단출하면서도 차분하지만, 유기적인 배열을 통해 단단하고 밀도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때문에 겨울이라는 황량한 서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지만, 차가운 느낌보다는 차분하게 채색되어 평온해진 정서가 강한 힘을 발휘하는 듯하다. 이는 어쩌면 앨범의 커버를 보며 드는 느낌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싶다.

 

2022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