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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David Enhco - Horizons (Nome, 2017)


프랑스 출신의 트럼펫 연주자 겸 작곡가 데이빗 엔코의 세 번째 쿼텟 앨범. 1986년 생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지만 클래식 음악가인 외조부와 어머니의 후원으로 어린 시절부터 음악적 재능을 발휘했던 것으로 전해지며, 재즈 피아니스트 토마스 엔코의 친 형이기도 하다. 일찌감치 다양한 음악적 능력을 발휘하며 The Amazing Keystone Big Band, Trio Casadesus-Enhco, Enhco Brothers 등 일련의 음악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는데, David Enhco Quartet은 2012년 결성 및 2013년 첫 앨범 발매 이후 지금까지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Roberto Negro (p), Florent Nisse (b), Gautier Garrigue (ds) 등으로 구성된 쿼텟은 유럽 재즈씬에서 비교적 전통적 어법에 충실고 보수적 색체가 강한 프랑스의 분위기와는 조금 벗어난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테마에 대한 여유 있는 해석이나 다분히 멜랑콜리한 라인 등은 이탈리아식 정서와 유사하지만 개별 연주자의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에서는 북유럽적인 엄밀함이 보여지기도 한다. 형식과 구성에서의 엄밀함이 때로는 강박적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폭발의 임계점에서 줄타기를 하는 듯한 긴장감은 이들에게 고유한 음악적 정서이자 시그니쳐가 아닐까 싶다. 각자의 공간에서 매스 임프로바이징이 펼쳐지는 순간에도 이러한 긴장은 이어지며(ex. "Questions Come Next"), 5, 60년대의 트래디셔널한 모티브 속에서도 단일한 합의를 위한 끊임 없는 리더의 압박은 계속된다(ex. "L'inconnu et le couple d'amoureux"). 느긋한 템포로 낭만과 서정의 프레이즈를 들려주는 "L'eclat disparu"나 "From the Horizon" 등과 같은 곡들이 계속 귀에 남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까지 발표한 세 장의 쿼넷 앨범들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봐도 특별한 차이는 발견되지는 않는다. 음악적 완성도를 위한 리더의 강박이라고 해도 부정할 생각은 없다. 잘생겨서 피곤한 친구를 만나고 온 기분이다.


2017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