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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David Tixier Trio - Universal Citizen (Neuklang, 2018)


프랑스, 스위스, 크로아티아의 뮤지션들인 David Tixier (p), Rafael Jerjen (b), Lada Obradović (ds) 등으로 구성된 재즈 트리오 DTT의 신보. 2016년 결성 이후 녹음된 라이브 미니 앨범 EP Live at RTS (2017)을 제외하면 이번 음반은 이들의 공식 첫 풀타임 리코딩이다. 첫 앨범의 타이틀로 '보편적 시민'이라는 화두를 들고 나온 것은 종교, 인종, 국적 등의 문제와 관련한 오늘날 유럽의 정세와 무관하지 않겠지만, 다국적에 남녀 혼성으로 이루어진 트리오의 구성과 연관해 생각해도 그 자체로 적절하다는 인상을 준다. 이러한 사정을 떠나 음악 그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라이브 EP에서 선보인 음악적 일체감은 이들 트리오의 활기와 통합적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단편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번 앨범에서는 자신들의 통합적 특징이 단순한 폐쇄성으로 제한되지 않는 개방적 수용을 전제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피아니스트의 작곡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트리오의 연주는 실내악적 엄밀함을 근간으로 하는 세밀한 테마의 완성은 물론 유러피언 특유의 능동과 자율에 기반을 둔 공간 구성을 동시에 선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테마와 즉흥 영역의 단순한 이중적 분할로 편의를 추구하지 않고 합의된 유기성에 근거하여 템포의 완급까지 조율하며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그 과정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인상적인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렇다고 이들의 내면적 합의가 트리오만의 균형점을 공고하게 구축되는 양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반대로 이러한 일체감은 유연한 형상을 취하고 있어 그 안에 다른 공간의 개입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 위에 다른 레이어가 더해질 수 있는 여지를 개방하고 있다. 실제로 이 앨범에는 미국의 재즈 기타리스트 Mike Moreno와 보컬 Sachal Vasandani가 게스트로 각각 참여하고 있는데, 앨범 전체와 이들이 참여한 트랙을 대비해보면 전혀 이질감 없는 균일한 질감을 연출하고 있어 이 또한 인상적이다. 어쩌면 DTT는 트리오의 역할을 확장 가능한 '보편적' 혹은 '만능' 음악 플랫폼으로 사고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2018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