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재즈 그룹 Delay 45의 앨범. 그룹의 리더인 트럼펫 연주자 겸 작곡가 Tom Avgenicos는 음악적인 환경에서 성장하며 고등학교 시절부터 연주 경력을 쌓은 호주의 대표적인 차세대 뮤지션이다. 그는 현재에도 D45를 포함해 여러 음악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역시 촉망받는 색소폰 연주자인 Michael Avgenicos과 형제가 공동으로 리드하는 Avgenicos Brothers를 비롯해, 트롬본 연주자 Josh Bennier와의 협업인 Tuckerbox 등을 통해 각기 다른 음악적 색을 표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D45는 고전적인 형식적 규범으로부터 자유로운 진행을 특징으로 하며, 여기에 AB에서 보여준 일렉트로닉의 요소들을 부분적으로 활용하여 밀도감 있는 음악적 분위기를 완성하고 있다. 2010년대 말 피아노 Roshan Kumarage, 베이스 Dave Quinn, 드럼 Ashley Stoneham 등으로 구성된 D45 쿼텟은 Big Ears (2019)를 통해 자신들만의 창의적인 음악적 표현을 선보이게 된다. 전작과 같은 멤버들로 녹음된 이번 앨범 역시 D45의 기본적인 성격을 유지하며 볼드 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진행에서 전통적인 규범을 벗어나 자유로운 형식을 보여주는 연주는 예전에도 존재했지만, 특히 최근에는 이를 작곡과 즉흥 사이의 관계에 대한 유연한 사고를 반영하며 이를 통합적으로, 연주 그 자체의 진행을 통해 실현하는 방식을 자주 접할 수 있는데, D45 역시 이러한 접근의 창의적 성격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작곡을 마치 멤버들 상호 간의 대화를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듯한 모습은 앨범 곳곳에서 드러나며, 이는 진행의 형식적 구조에서 벗어나 유동성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방식의 의존과 긴장을 가능하게 한다. 단순히 곡의 성격에 따라 멤버들 사이의 관계가 변하는 것을 넘어서, 진행 과정 중에서도 층위적 구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를 이어가는 유연한 모습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멤버들의 직관적인 능동적 개입을 개방하면서도, 공간의 구성에서는 폐쇄적인 응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와 같은 진행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톰은 자신의 음악적 의지를, 긴 호흡을 지닌 임프로바이징의 공간 속에서도 끊임없이 관철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로 피아노와 트럼펫의 대칭적 연관과 긴장을 통해 테마와 즉흥의 라인을 완성해가고, 진행 과정에서 변화하는 구조화된 공간의 구성에 따라 베이스와 드럼의 직관적인 능동성의 개입을 개방하는 유연함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트렉과 트랙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새로운 테마로 전환을 이루는 과정에서 “Interlude”를 배치해 호흡을 정리하고 새로운 순환을 위한 정돈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자유로운 진행 형식 속에서도 볼드 한 D45 특유의 이미지를 완성하기도 하고, 서사와 서정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독특한 매력에 몰입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창의적인 순간들이 강한 끌림을 유도하는 매혹적인 앨범이다.
2022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