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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Devendra Banhart & Noah Georgeson - Refuge (Dead Oceans, 2021)

미국 싱어송라이터 Devendra Banhart와 그래미 수상 프로듀서 겸 엔지니어 Noah Georgeson의 듀엣 앨범. 데벤드라의 음악은 다양한 장르적 사운드를 포괄하고 있지만 포괄적인 의미에서 느슨하게 정의할 수 있는 사이키델릭 포크의 영향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1960년대의 사이키델리아와는 다른 음악적 결을 보여주고 있어 듣기에 따라서는 다분히 앰비언트적인 분위기를 강하게 풍기기도 한다. 노아와의 이번 협업 작업에서는 데벤드라의 애트모스페릭 한 특징이 부각되는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에 쓰인 곡들은 앨범 타이틀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우리에게 심리적인 '피난처'를 제공하는 듯한 음색을 선물해주고 있어 이전 이들 콤비의 작업과는 다른 정서적 결을 보여주기도 한다. 전자악기의 사운드가 이끌어가는 곡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피아노와 기타를 비롯한 각종 연주 악기의 기본음을 중심으로 라인을 구성하고 일렉트로닉은 공간의 이미지를 구체화하는 사운드 스케이프와 이펙트로 활용하는, 다분히 오디너리 한 구성을 지닌다. 실제로 녹음에는 하프, 페달 스틸 기타, 피아노, 베이스, 브라스 등의 전문 연주자들이 참여하여 더욱 다양하고 풍부한 사운드의 경험을 제공한다. 코드와 멜로디 중심의 전개를 이루면서도 미니멀한 음악적 주제가 반복을 이루지만 레이어링을 통해 빌드-업되거나 전개되는 방식이 아니라 테마 그 자체가 진화하며 새로운 플로우를 만드는 연주 중심의 진행을 보여준다. 곡과 멜로디의 특성에 따라 개별 악기의 조합은 물론 텍스쳐도 미묘하게 조율해가며 내밀함을 강조하는 단순한 편성에서부터 풍부한 공간감을 연출하는 앙상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렇다고 음악적 다양성을 지향한다는 인상보다는 전체적으로 이들이 함의하고자 하는 고유한 심리적 반영을 담아낸 듯한 고요하고 사색적인 이미지를 지속하려는 인상이 강하다. 때문에 앰비언트의 기본적인 표현을 바탕에 두고 포크와 록적인 요소들을 섬세하게 활용하는 듯한 인상 또한 강하다. 어쩌면 이와 같은 배려 가득한 표현들은 우리가 직면한 위기로부터 심리적 안식을 제공하려는 앨범의 취지와 연관된 것으로 보이며, 불안과 충동 사이에서 방황하는 우리의 정서에 잠시나마 피난처와 같은 공간을 제공한다는 느낌도 들게 한다.

 

2021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