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활동 중인 작곡가 겸 프로듀서 덱스터 브리튼의 신보. 이번 앨범은 Solo (2013)의 후속 작업으로 평소 그가 선보였던 오케스트레이션이 아닌 독립 공간에서 직접 연주한 곡들을 담고 있다. 2012년에 데뷔한 젊은 뮤지션이지만 짧은 시간 동안 덱스터가 이룩한 음악적 성취는 대단하다. 데뷔와 동시에 2012년 한 해에만 아홉 장의 풀타임 리코딩을 쏟아냈고, 지금까지 일곱 편이 발표된 Creative Commons 시리즈를 통해 자신의 저작물을 공유하는 한편 그의 원곡을 활용한 다양한 후속 작업들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스스로 음악을 공부하고 마이너한 장르에서 스트리밍 수입에 의존하며 음악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주류에 안착해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광고 분야에서도 활발한 창작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이름이 낯설더라도 미디어 환경에 노출된 우리의 일상에서 은연중이라도 덱스터의 음악을 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 예로 최근 송출 중인 뉴 레인지 로버 TV 광고 음악이 덱스터의 것이다. 이번 앨범은 데뷔 초기에 발매한 첫 솔로 작업과 거의 유사한 음악적 스텐스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간단한 전자 장비와 키보드를 활용한 곡도 있고 레이어링을 통해 색다른 텍스쳐를 선보인 연주도 포함되어 있지만, 이미지너리한 상징적 묘사나 표제적 특징이 반영된 연주 등 특정한 규범에 종속되지 않고 피아노를 이용해 자신의 자유로운 음악적 상상력을 펼치고 있다. 사실 이러한 특징은 오케스트레이션 효과를 이용해 녹음된 다른 음반이나 곡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미 데뷔 전부터 이러한 효과를 염두에 두고 곡을 썼고 그에게 익숙한 작업 방식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솔로 공간에서도 멜로디를 장엄하게 표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의 음악에서 테마를 이루는 멜로디 자체의 비중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라인에 잘 붙는 명료한 화성 구조로 되어 있지만 미묘한 싱커페이션이나 하나의 코드 안에서도 손가락마다 강약을 달리하는 식의 섬세한 타건으로 음악적 연출을 시도한다. 피아노를 이용한 오케스트레이션인 셈이다.
2018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