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활동 중인 우루과이 출신 드러머 Diego Pinera의 신보. 이번 앨범에는 색소폰 Donny McCaslin, 기타 Ben Monder, 드럼 Scott Colley 등이 참여하고 있어 전작 Despertando (2018)와는 전혀 다른 라인-업을 선보인다. 다양한 국가에서 출생, 성장, 활동을 경험했던 탓에 그의 음악에는 문화의 다면적 특징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그런데도 남미 특유의 개성과 감각이 드럼 연주는 물론 자신의 오리지널 테마에서 지배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분명하다. 이번 앨범에서는 개성 강한 멤버들을 모아 놓고 어떤 수용적 태도를 보여주는 가와 더불어 자신의 음악적 존재감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앨범 곳곳에서 보인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공간의 자율성을 개방해 멤버들의 인터플레이와 즉흥적 창의에 바탕을 둔 리코딩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말은 자신이 깔아 놓은 판에 스스로 말리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마이너 펜타토닉으로 앨범 전체의 균일한 톤을 연출한 것도 인상적이고, 흔히 말하는 선수들 앞에서 나름의 강단을 보여준 대목도 높이 살만하다. 다만 드럼 패드를 이용한 이질적인 사운드의 개입이나, 자신의 스테레오 사운드 스테이지를 지나치게 넓게 만들어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믹싱 듣는 입장에서 살짝 피로감이 드는 것이 사살이다. 참여한 멤버만으로도 디에고의 달라진 위상을 짐작할 수 있는 앨범이다.
2021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