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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Dimitri Monstein - The Cello Session (Unit, 2022)

스위스 드러머 Dimitri Monstein의 앨범. 앨범 표지에 디미트리가 첼로와 함께 자세를 취한 모습을 보고 그가 직접 해당 악기를 연주한 것이냐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지만, 아쉽게도 그것은 아니다. 대신 Andreas Kühnrich, Fany Kammerlander, Redi Hasa 등과 같이 우리에게도 익숙한 유명 첼리스트들이 녹음에 참여하고 있어 아쉬움은 오히려 기대감으로 부풀게 된다. 디미트리는 기존 자신의 Dimitri Monstein Ensemble을 통해 바비첼 등 현악기들과 공간을 공유하며 다양한 장르적 특성을 반영한 자신만의 음악적 세계관을 선보인 경험이 있는데, Landscape (2019)로 상징되는 그의 성과는 이번 작업의 커다란 동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번 녹음에는 앞에서 언급한 세 명의 첼리스트를 포함해 베이스 Robert Pachaly, 피아노 Mischa Podstranssky 외에도 바이올린 Manon Leutwyler, 비올라 Sorin Spasinovici 등도 함께하고 있어 기존 DME를 기능적으로 재편한 인상을 주기도 하며, 그 컨셉트에서도 많은 점을 공유하기도 한다. 실제로 전작에 수록된 “Monstein Sonate”는 패니의 연주를 통해 완성되었고, 이번 앨범에서는 “Monstein Sonate Adagio”를 통해 연속된 작업을 이어가기도 한다. 첼로를 위한 공간을 확장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서로 다른 음악적 스타일과 경력을 지닌 각기 다른 세 명의 연주자들을 배치함으로써, 이번 세션은 보다 풍부한 장르적 뉘앙스를 지닌 곡들을 포괄하게 된다. 팝, 록, 재즈, 클래식 등을 포괄하는 첼리스트의 개별적인 스타일은 이번 앨범 속에서는 일련의 스펙트럼을 이루며 미묘한 연속성을 형성한다. 이들이 하나의 공간을 함께 공유하지는 않고 각자의 곡에서 연주를 펼치는 방식이라, 개별 트랙이 지닌 고유의 장르적 특성이 부각되면서도, 앨범 전체의 흐름에서는 일관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어, 디미트리의 강한 음악적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의 작곡은 개별 첼리스트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으며, 첼로의 주변을 이루는 공간 또한 각 곡의 특성에 맞게 장르적 경계를 확정하거나, 다양한 요소의 접합을 통해 그 범주를 확장하기도 한다. 앨범 전체는 첼로의 연주가 전면을 차지하지만, 연주자로서의 디미트리의 존재감 또한 끊임없이 확인할 수 있는데, 앙상블의 섬세한 뉘앙스는 그의 손끝에서 완성되기도 하고, 장르적 다면성이 유연하게 연결될 수 있는 매질의 역할을 담당하는 등, 멜로디 못지않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편하고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지만, 안에 담긴 내용은 절대 가볍지 않으며, 다양한 정서적 반영도 깊이 있게 이루고 있어, 음악의 존재 이유를 실천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듯하다.

 

2022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