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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Dino Saluzzi Group – El Valle de la Infancia (ECM, 2014)

살루치 옹의 신보이자 근 10여 년 만에 동생, 아들, 조카 함께 모여 선보이는 가족 밴드의 레코딩. 앨범의 타이틀을 보고 우리 살루치 할아버지 올해 연세 어떻게 되셨기에 이토록 멜랑콜리한 제목을 뽑았나 싶어 잠시 검색해보니, 헉~ 1935년 생이시다. 그의 음악이 지닌 장르적 특징을 생각해본다면, 그리고 그의 나이를 염두에 둔다면 이미 타이틀에서 그가 이 앨범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다 함축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를 가족과 함께 전해주고 있다는 것 또한 각별한 느낌으로 전해진다. 각각의 연주자들에게 개방된 공간 안에서도 일체감이 느껴지는 톤과 프레이즈는 사전 조율의 결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개별 곡들에 대한 집단적 공감과 이해에 기반한 이들 그룹 나름의 인터플레이 방식의 결과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사실 공간적 공유라는 개념보다는 여러 개의 층위로 중첩된 섬세한 레이어의 조화라는 느낌을 들게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음악적 엄격함과 각각의 곡들이 지닌 실내악적 하모니의 디테일에도 불구하고, 앨범 전체의 음악적 네러티브만큼은 앨범의 타이틀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서술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뮤지션이 살아온 삶과 그의 음악적 성과들이 담겨있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며 최근에 들었던 그 어떤 앨범보다 진솔하다.

2014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