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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Disassembler - A Wave From A Shore (Western Vinyl, 2022)

미국 기타리스트 Christopher King과 바이올린 연주자 Christopher Tignor의 듀오 프로젝트 Disassembler 앨범. 킹은 전설적인 프로스-록 그룹 This Will Destroy You의 창립 멤버 중 한 명이며, 티노 또한 예전에 Slow Six와 Wires Under Tension 같은 그룹 활동을 통해 유사한 음악적 경력을 보여준 적이 있다. 둘 다 포스트-록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각자가 보여준 활동은 해당 음악의 경향성 내에서도 다양한 분할을 보여주는 듯한 자신들 나름의 특징이 있었기에, 이들이 공유하는 공통분모는 제한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킹은 기타라는 전통적인 록 악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티노는 전자 및 어쿠스틱 바이올린에 일렉트로닉과 프로그래밍을 기반으로 한 연주를 들려줬지만, 이번 디스어셈블러 프로젝트에서는 둘 다 노련한 프로듀서라는 점을 부각하며, 자신들의 기존 음악적 경력을 넘어선 새로운 확장을 보여준다. 킹과 디노는 각각 LA와 NYC라는 거리이 한계를 극복하고, 각자가 마주하고 있는 ‘해변의 파도’를 연결한다. 그 출발점은 기존 자신들의 음악에 내재했던 앰비언트적인 요소였고, 그 확장은 현대 작곡 혹은 모던 클래시컬의 경향성을 향해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컬래버레이션은 적절하면서 동시에 절묘하다. 타이틀에 언급된 ‘웨이브’ 혹은 ‘파도’는 무척 상징적인 표현으로 이는 이들의 음악에서 커다란 모티브로 작용하는데, 실제로 다양한 악기의 ‘음파’를 통해 반복되고 굴절되는 여러 소리의 중첩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파도의 크기는 다양한 현악기의 톤에 의해 표현되고, 그 형상은 여러 주법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질감을 반영하며 완성된다. 어쿠스틱 계열 외에도 전자 악기 특유의 사운드를 활용해 다양한 양식의 앙상블을 완성하는데, 서로 다른 톤과 텍스쳐를 지닌 여러 악기의 소리를 입체적인 공간 속에 배열하고 이를 이질감 없이 하나로 연결함으로써 잔잔하면서도 치밀한 음악적 역동을 선보인다. 소규모의 조밀한 앙상블에서부터 오케스트레이션을 연상하게 하는 커다른 규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악기와 사운드의 배열은 총체적인 질감은 물론 통합적인 음악적 이미지를 완성한다. 현악과 그 계열의 사운드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음악은, 미니멀한 개별 테마들이 서로 중첩을 이루며 전개되는 양식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소리의 점층적 구조를 어떻게 구성하고 해체하느냐에 따라 진행은 고유한 음악적 내러티브를 완성하기도 한다. 때로는 서로 다른 공간계의 리버브를 대치시켜 이질적인 형상의 대비를 보여주고 이를 하나의 공간에 통합함으로써 나름의 이야기 전개를 이어가는 등, 이들이 자신의 음악적 내러티브를 완성하는 과정은 무척 흥미롭다. 그 결과로 드러나는 시네마틱 한 분위기는 무척 독특하여 듣는 이의 감각이 쉴 틈을 주지 않으며, 결국에는 숨 막히는 감정의 폭발과 침묵을 경험하게 한다.

 

20220314

 

 

 

related with Christopher King (as This Will Destroy You)

- This Will Destroy You - Another Language (Suicide Squeeze,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