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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Dominic Miller - Silent Light (ECM, 2017)


기타리스트 도미니크 밀러의 ECM 첫 발매 앨범.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Sting의 기타리스트로 기억될 뮤지션이지만 솔로 데뷔 이후 20년이 훨씬 지난 시간 동안 자신의 이름으로 이룩한 음악적 진화와 성취는 도미니크 밀러를 하나의 음악 브랜드로 인식하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었다. 지난 Q-rious 레이블에서는 음악감독 혹은 연출자의 면모를 유감 없이 선보였다면 ECM에서의 첫 앨범에서는 뮤지션으로서의 온전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데 최대한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밀러의 오랜 동료이자 드럼 및 퍼커션 연주자 Miles Bould가 제한된 영역 내에서 참여하는 것을 제외하면 앨범의 대부분은 스틸과 나일론의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는 밀러의 손끝에서 진행된다. 녹음 전에 연주 포맷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고 전하는데 결과적으로 지금의 형식이 기타리스트로서 밀러 본연의 모습을 내보이는데 가장 적절한 선택으로 보여진다. 또한 라이너 노트에서 밀러는 기존 ECM의 레코딩 중에서 Egberto Gismonti와 Pat Metheny를 참고했다고 밝히고 있다. 클래식적 영향력과 재즈 혹은 민속적인 감성의 경계를 의도한 듯한 이러한 발언은 결과적으로 이번 앨범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하며 자신의 원곡들을 어떻게 연주를 통해 구성했는가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여러 기회를 통해 밀러가 선보였던 클래식에 대한 취향은 물론 남미와 유럽의 민속음악적 특징이 반영된 작곡들과 많은 재즈 뮤지션들과의 협연을 통해 검증된 감성이, 역설적으로 지금까지 밀러가 선보였던 가장 소박한 연주 포맷으로 이번 앨범에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스스로 밝혔듯이 앨범 타이틀은 Carlos Reygadas 감독의 동명 영화제목에서 따왔다. 감독은 빛이 도달하기 전에 늘 앞서 존재하는 소리를 은유적으로 침묵의 빛이라고 표현했다면, 뮤지션은 침묵 뒤에 다가오는 소리를 빛으로 부른 듯 하다. 이런 느낌이 맞다면 이보다 더 ECM 다울 수는 없을 것이다.


2017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