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Duo Jatekok - Plays Rammstein (Vertigo Berlin, 2022)

두 명의 프랑스 피아니스트 Naïri Badal과 Adélaïde Panaget으로 이루어진 Duo Jatekok의 앨범. DJ는 2000년대 말에 결성된 것으로 전해지며, 본격적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일련의 앨범을 선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음반들은 고전에 대한 더블 피아노의 해석을 담은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과감하고 역동적인 공간 장악은 듀오로 이루어진 연주에서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에너지까지 추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들은 각자 개인 활동을 통해 주변 장르와의 다양한 접합점을 사고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물론 듀오의 공연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음악적 표현을 확장하는 많은 계기를 포착하기도 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이벤트가 독일 메탈 그룹 Rammstein의 프랑스 님 아레나 라이브 오프닝 연주를 제안받았던 것으로, 이렇게 2017년부터 시작된 밴드와의 인연이 이번 앨범으로 결실을 맺게 된다. 공연 오프닝을 위해 람슈타인이 제안하기도 했고 DJ가 직접 선곡한 곡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앨범의 큐레이팅 또한 그동안에 있었던 커버의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반영해 완성된 것으로 밝히고 있다. 밴드가 처음 요청했던 “Klavier”를 비롯해 DJ 본인들이 가장 만족스러웠다고 밝힌 “Engel”과 “Mein Herz brennt”의 번안이 수록됐지만, 람슈타인의 대표곡 중 하나인 “Du Hast”의 경우 일렉트로닉의 텍스쳐로 인해 예상만큼 좋은 커버로 이어지지 못해 제외되기도 했다. 록이나 메탈 원곡을 클래식의 구성으로 재연한 예를 어렵지 않게 여럿 찾아볼 수 있지만, 단 두 대의 피아노만으로 이를 커버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을 듯하다. 람슈타인의 원곡이 비교적 전통적인 빌드-업 형식을 통해 진행을 이루면서도, 도입이나 전개에서 각 파트의 선명함을 비교적 잘 표현하고 있다는 특징이 피아노 편곡에 유리할 수는 있겠지만, 여러 파트의 악기들이 하나의 집합적 총체를 이루며 전달되는 음향을 단일한 톤 사운드를 지닌 한 가지 악기로 네 개의 라인만을 이용해 커버하기란 물리적인 제약과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앨범을 듣다 보면 원곡을 해체하고 네 개의 라인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접근을 활용하여 이를 분주하게 재현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원곡 멜로디의 주요 파트를 코드 형식으로 배합하여 더블링 된 보컬을 표현하는가 하면, 두 개의 왼손이 대위적인 구성을 이루며 복합적인 라인의 응집을 보여주기도 하고, 건반의 낮은 음역대를 몰아치며 긴 서스테인을 이용해 집단화된 사운드를 연출하는 등, 마치 정해진 답이 없는 상태에서 각각의 곡의 특성에 맞는 편곡 양식을 순간순간 찾아내며 복잡한 퍼즐을 완성하는 과정처럼 보인다. 이와 같은 재해석은 강한 메탈 사운드로 이루어진 원곡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레이션의 텍스쳐가 지배적인 서정적 분위기의 “Ohne Dich”에서도 극적으로 드러나는데, DJ의 커버는 섬세한 클래식적인 접근을 유지하면서도 에너지의 총량에서는 원곡에 근접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Frühling in Paris”의 예에서와 같이 DJ의 해석을 덧붙이는 과감함도 보여주고 있어, 이번 작업이 단순한 커버로 제한되지 않는 창의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람슈타인의 팬이라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뜻밖의 선물이며, 원곡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그 자체로 황홀한 경험을 제공하는 앨범이다.

 

2022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