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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Ferenc Snétberger & Keller Quartett - Hallgató (ECM, 2021)

헝가리 기타리스트 Ferenc Snétberger와 바이올린 연주자 András Keller가 이끄는 Keller Quartett의 라이브 협연 앨범. 페렝의 집시 스타일 연주 이면에 존재하는 클래식 배경은 물론 현대 작곡의 특징을 반영한 그의 오리지널들을 생각해보면, 재즈 뮤지션들과의 공동 작업만큼이나 클래식 공간 속에서의 협연도 상당한 음악적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고 훌륭한 선례 또한 존재한다. 켈러 사중주 역시 바로크에서 현대에 이르는 여러 원곡에 대한 창의적 해석을 통해 입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20년 가까운 안드라스와 페렝의 교류는 협연을 위한 좋은 조건임은 분명하다. 앨범은 페렝의 오리지널을 비롯해 쇼스타코비치, 존 다울런드, 새뮤얼 바버 등 여러 시대를 넘나드는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개인적으로는 Enja 시절 For My People (2000)에서 Liszt Ferenc Chamber Orchestra와 선보였던 "In Memory Of My People"을 재구성해 켈러 사중주와 재연한 트랙을 첫 번째로 둔 것은 인상적이었다. 비교 대상이 분명한 원곡자 본인의 레퍼런스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이번 앨범에서 수행된 재해석의 방식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길이나 진행 구성에서는 미묘한 차이가 존재하지만, 실내악 편성을 고려한 편곡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 또한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과거에도 이미 여러 차례 협연을 통해 이 곡을 지휘한 적이 있는 안드라스는 원곡자의 의도에 충실한, 비교적 안정적인 쿼텟 연주를 완성한다. 기타와 사중주의 제한된 공간이지만 원곡의 비장함과 애잔함은 고스란히 살아 있다. 이 외의 다른 곡 역시 안정된 하모니 위주의 연주를 진행하면서도 원곡의 뉘앙스를 드러내기 위한 흔적도 엿볼 수 있다. 앨범 전체를 통해 하나의 단일한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 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2021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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