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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Eberhard Weber - Once Upon A Time: Live in Avignon (ECM, 2021)

독일 베이스 연주자 Eberhard Weber의 솔로 라이브 앨범. 에버하르트의 연주는 재즈, 클래식, 월드 등 복합적 요소들의 결합을 이루면서도 미니멀리즘이나 앰비언트 등과 같은 다면적 표현을 수용하고 있어 ECM의 독창적인 사운드를 상징하는 예로 손꼽히기도 한다. 1940년생인 에버하르트는 1970년대 초 ECM 산하 Japo를 통해 레이블과 인연을 맺은 이후 가장 최근에는 Encore (2015)를 리드작으로 발표했고, 음반사에서는 Hommage À Eberhard Weber (2015)라는 헌정 앨범을 통해 그의 음악적 공헌을 기념하기도 했다. 이번 앨범은 1994년 여름 프랑스 아비뇽에서 열린 솔로 콘서트의 실황을 담고 있다. 공연은 Barre Philips가 개최한 Festival International De Contrebase의 일부로 에버하르트의 음악적 표현이 절정에 도달했을 무렵의 독창적인 사운드와 연주를 오롯이 경험할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에버하르트는 5현의 업라이트 베이스에 픽업을 장착해 기존 더블 혹은 일렉트릭 베이스와는 다른 독특한 사운드를 연출하는데, 이는 그가 다양한 장르적 표현을 결합한 창의적인 공간적 구성을 완성하는데 중요한 요소이기도하다. 앨범은 독주를 위한 연주 악기로서의 가능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으며, 이와 같은 솔로 작업의 가능성은 공연 전에 발매한 Pendulum (1993)을 통해 확인하기도 했다. 라이브는 1993년 앨범과 그 전작인 Orchestra (1988)에서 선보인 곡들을 비롯해 "My Favorite Things"와 같은 스탠더드를 수록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그리 새롭다고 보기 힘들지만, 에버하르트는 자신의 하이브리드 베이스에 딜레이나 루프 등을 여러 이펙터를 연결해 복합적인 공간적 층위의 사운드를 구성하는가 하면 오버 레이어링을 통해 마치 자신의 연주에 대응하는 인터랙티브 한 표현을 들려주기도 한다. 에버하르트는 다양한 주법은 물론 폭넓은 레인지의 음역을 활용해 현대 작곡의 실내악 앙상블을 연상하게 하는 인상적인 연주를 완성하고, 자신이 구성한 베이스 라인 위에 즉흥적 모티브를 전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오늘날보다 진보한 장치를 활용해 유사한 양식의 퍼포먼스에서 들려주는 녹음과 비교하면 신선함이 덜한 것은 분명하지만, 에버하르트의 연주 그 자체가 제공하는 창의성은 현재의 그 어떠한 음악과 비교해도 놀라울 만큼 생생하다. 옛날 옛적에 아비뇽에서 있었던 연주가 되살아나 지금의 우리에게 전해진다는 사실 그 자체만큼 감동적인 순간은 또 어디 있겠는가.

 

2021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