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출신의 바이올린 및 하프 연주자 Margaret Hermant과 비올라 연주자 Neil Leiter가 주축이 된 7인조 앙상블 에코 콜렉티브의 신보. 2012년 데뷔 당시만 해도 실내악적 규범에 기반을 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앙상블로 평가되었지만 이후 A Winged Victory for the Sullen, Johann Johannsson, Dustin O'Halloran, James Heather 등과 같은 당대를 대표하는 뮤지션들과의 작업을 거치면서 이제는 이들의 활동이 마치 협업을 위한 하나의 플랫폼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최근 예로 Erasure는 EC와의 협업을 통해 World Beyond (2018)를 완성했다. 또한 EC는 록이나 메탈 밴드의 앨범을 커버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인데, 4년 전에는 Burzum의 Dauði Baldrs (1997)에 대한 재구성을 펼쳤다. 최근에는 Radiohead의 Amnesiac (2001)을 대상으로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번 앨범은 커버 아트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와 관련된 녹음을 수록하고 있다. 라디오헤드의 앨범 중에서는 대중적 성공에서 상대적으로 비껴간 음반이지만 EC는 이를 재구성의 대상으로 삼아 자신들의 방식으로 재평가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마거릿과 닐 외에도 Charlotte Danhier (cello), Gary De Cart (p), Helene Elst (bassoon), Yann Lecollaire (clarinet, bs), Antoine Dandoy (perc) 등이 참여한 이번 음반에서 라디오헤드의 앨범은 기악적 형식을 지닌 연주로 새롭게 재해석된다. 한 곡을 제외한 오리지널 앨범 수록곡 전체를 앙상블의 형식에 맞춰 편곡을 진행하고 원본의 순서에 따라 배열하고 있다. 이들의 작업은 오리지널리티에 기반을 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원곡과의 동일성이 강조되고 있어 이번 앨범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진행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테마와 멜로디는 물론 드럼의 리듬 패턴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다. 다만 EC는 전통적인 클래식의 관점에서 클래식 이후의 새로운 지형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라디오헤드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Amnesiac 앨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점 또한 뜻깊은 일이다.
2018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