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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Echotide - Into The Half Light (self-released, 2017)


호주 출신의 삼인조 포스트-록 그룹 에코타이드의 두 번째 앨범. 이번 앨범은 데뷔작 As Our Floodlights Gave Way To Dawn (2012)에 참여했던 Geoff Irish 대신 Samuel Mead (ds, perc)가 새로 합류하고 기존 Matthew Martin (p, key, samp)과 Michael Gagen (g, b) 등이 다시 모여 5년 만에 발표한 리코딩이다. 데뷔 앨범 당시 포스트-록 그룹으로는 드물게 피아노와 건반이 참여했다는 점 외에도 록, 메탈, 프로그레시브 등의 여러 특징들을 활용하여 자신들만의 고유한 이야기 구조를 지닌 음악으로 주목을 받았었다. 하지만 멤버들은 자신들의 기존 Hazards of Swimming Naked나 Arcane 등의 밴드 활동을 병행하면서 에코타이드와는 한 동안 거리를 두게 된다. 우여곡절을 거친 만큼 데뷔 앨범과 이번 신보 사이에는 미묘한 음악적 차이가 존재하기도 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각 악기들의 균형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마스터링 과정에서의 차이가 반영된 것일 수도 있지만, 전작에서는 개별 진행 속에서의 피아노 혹은 기타의 주도적 성격이 부각되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멤버들에게 부여된 각자의 공간들을 유기적으로 구성하는 측면에 많은 신경을 쓴 흔적들이 엿보인다. 물론 음악적 모티브들을 하나의 시퀀스로 이어가며 큰 이야기 구조를 완성시키는 기존의 진행 방식은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히 유효하지만, 개별 멤버들의 균형적 역할이 부각된 덕분에 내러티브가 전개되는 과정에서의 사운드 스케이프나 텍스처는 보다 풍부하고 세밀하게 묘사된다. 특히 피아노 혹은 건반의 역할에 있어 하모니를 강조한 정교한 코드 진행 덕분에 이야기의 서정성은 보다 풍부해진 느낌이다. 전작에서의 터프한 표현들과 대비되는 이번 앨범에서의 디테일한 묘사와 더불어 사운드에서의 미묘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치밀하게 진행되는 이야기의 극적인 느낌은 여전하다. 무엇보다도 암울하면서도 서정적인 에코타이드 특유의 음악적 정서는 이번 앨범에서도 충분한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다. 오랜 기다림을 보상해주는 앨범이다.

2018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