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Ed Carlsen - Grains of Gold (XXIM, 2021)

독일에서 활동 중인 영국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Ed Carlsen의 앨범. 전직 비행기 조정사에서 뮤지션으로 인생의 항로를 바꾼 에드의 음악은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경향적 특징에서 출발해 차츰 새로운 방향을 항해를 이어가는 여정처럼 보인다. 그의 데뷔작인 The Journey Tapes (2016)만 하더라도 피아노를 바탕으로 현악의 레이어링을 적용하여 다소 소박하면서도 서정적인 감성을 강조한 표현이 주를 이루었다면, 에드는 새로운 작업을 발표할 때마다 조금씩 자신의 음악적 지반을 이동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전작인 Morning Hour (2019)에 이르러서는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하는 앰비언트적인 변신을 이루게 된다. 각각의 앨범마다 각기 다른 도시에서 작업한 곡들을 담았다고 밝히고 있어 자신의 새로운 창의적 접근이 어느 정도 일상과 관련되어 있음을 시사하면서도 그 변화의 폭이 보여주는 과감함은 리니어 한 진화와는 거리가 먼 비선형적인 급진을 닮았다. 함부르크로 이주해 완성한 것으로 전해지는 이번 작업 또한 전작과 유사한 일렉트로닉의 언어를 일정 부분 계승하면서도 비트 시퀀싱을 활용해 더욱 감각적인 셰이프를 연출함으로써 IDM에 가까운 표현을 완성하게 된다. 에드가 5년 남짓한 기간 동안 이룬 음악적 급변이나 앨범마다 담아낸 뚜렷한 특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의 음악에는 연주를 통해 완성되는 표현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데, 이번 작업 또한 건반 악기는 물론 기타를 통한 사운드를 일렉트로닉을 이용한 다양한 표현과 중첩해 새로운 감각적 형상을 연출한다. 이와 같은 기악적 재능은 서정적 감성을 반영한 멜로디와 더불어 섬세한 전자 사운드 및 감각적인 비트 시퀀싱과도 조화를 이루며 무척 풍부한 감성을 지닌 음악으로 완성되는데, 확실히 이 지점은 이 앨범과 유사한 장르적 특징을 보여주는 다른 뮤지션들의 작업과 비교해도 눈에 띄는 매력의 요소이며 장점이기도 하다. 개별 사운드가 지닌 고유한 특징은 물론 일렉트로닉의 다양한 표현들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내면의 다양한 정서적 절충을 다룬 듯하여 깊이 있는 느낌을 전달한다. 지금까지 에드의 변신 과정만큼이나 각각의 앨범이 보여준 높은 완성도 또한 기억에 남는데, 특히 이번 작업은 그중에서도 가장 훌륭하고 인상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2021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