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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Edward Perraud - Hors Temps (Label Bleu, 2021)

프랑스 재즈 드러머 Edward Perraud의 트리오 앨범. 베이스 Arnault Cuisinier와 피아노 Bruno Angelini가 참여하고 있으며 트럼펫 Erik Truffaz가 게스트로 두 트랙에서 함께 연주하고 있다. 이 앨범에서 에두아르가 보여주는 리더로서의 스텐스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합의의 영역에서 작곡과 편곡을 통해 이루어지는 철저한 통제는 개방 공간에서 보여주는 자율적 진행과 분명한 대비를 이루며 앨범 전체를 통해 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전 공동명의로 발표한 트리오 협업작 Espaces (2018)과도 분명한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유연안 인터플레이의 계기를 확장한 연주와는 확실히 다른 접근이다. 고전적 전통과 일정한 연관과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이고 모던한 코드 진행과 스케일의 활용으로 스타일리시한 밀도감을 연출하는데, 이는 전적으로 브뤼노와 아르노의 대위적 관계에 의존하는 영역이다. 도입 및 테마와 결론 부분에서는 이들의 유기적 관계를 명료하게 드러내는 적극적 개입과는 달리 자율적 공간에서는 유러피안 특유의 개방성을 확장함으로써 묘한 절충적 긴장을 경험하게 한다. 전체적으로 자율적 공간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앨범 전체에 대한 인상 또한 이 부분에서 결정될 듯한데, 제한된 스케일과 코드 내에서 연출되는 유기성은 존재하지만 서로에 대한 기민한 반응보다 관조적 대응을 보여줌으로써, 마치 추운 야외에서 뜨거운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듯한 비현실적인 온도감을 전해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이번 앨범에서 경험한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로, 여기에 장르 내의 다양한 표현들이 더해지며 연출하는 음악적 분위기는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특히 개별 공간의 모든 자율성을 개방해 만들어낸 에소테릭한 긴장이나, 에릭의 트럼펫 라인을 중심으로 휘몰아치듯 응집되는 에너지의 밀도 등은 재생 장치를 바꿔가며 여러 번 듣게 될 만큼 흥미롭기까지 하다. 현재의 트리오 혹은 쿼텟 포맷으로 지속적인 활동을 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앨범이다.

 

2021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