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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Eli Keszler - Icons (LuckyMe, 2021)

미국 타악기 연주자 겸 작곡가 Eli Keszler의 앨범. 타악기와 전자음향을 이용한 실험적인 표현을 통해 다양한 서사를 이어가는 데 있어 엘리만큼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뮤지션은 찾기 힘들 듯싶다. 설치 구조물에 걸린 와이어들이 바람에 따라 비정형적인 마찰음을 일으키는 임의적인 사운드에 주목하는가 하면 공허하게 들릴 수 있는 일상의 소리들을 조합하여 하나의 음악적 구조물로 주조하는 등 그의 음악적 실천들은 마치 예술적 퍼포먼스를 떠올리게 하는 강한 힘이 있다. 이번 앨범은 지난 1년 동안 맨해튼에 격리된 채 생활하며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평소 추구했던 실험적 창의와 도발을 제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전의 작업보다 더 과감한 접근을 통해 깊이 있고 내밀한 사운드의 총합을 완성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기본적인 드럼 세트 외에도 다양한 소재의 타악기들은 물론 전자음향의 사운드 및 효과와 일상에서 채집한 여러 필드 리코딩들을 조합해 웅장한 인터스트리얼 오케스트라를 완성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와 같은 곡들의 타이틀은 대부분 일상성 혹은 그와 연관된 엘리의 개인적 사고를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폐쇄 기간 중 텅 빈 맨해튼 거리에서 전해지는 일상의 소리들을 현장 녹음으로 활용하여 이와 같은 일상성을 보다 강하게 강조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엘리가 이전에 맨해튼에서 녹음한 Stadium (2018)과 일정한 연관성과 동시에 차별점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엘리는 이처럼 다양한 사운드 키트들을 과감하게 레이어링 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적 구조물을 완성한다. 조율되지 않은 개별 사운드들이 서로 중첩을 이루며 만들어내는 대비와 비대칭은 물론 불협마저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현재 상황과 관련한 그의 무의식이 반영되기라도 하듯 이러한 실험적인 사운드의 조합은 무거우면서도 비장하기까지 하다. 그러면서도 무척이나 감각적이다. 패턴을 지닌 비트는 비정형적인 에소테릭 한 타악의 조합과 만나 일련의 긴장을 연출하고 여기에 필드 리코딩이 더해지면서 이는 현실적인 의미를 지닌 텐션으로 진화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폭발적인 빌드-업이나 분출은 제한하고 있어 이와 같은 긴장은 응축되고 더욱 내밀화된 형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불안한 현실이 반영된 인상적인 앨범이다.

 

2021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