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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Elina Duni - Partir (ECM, 2018)


알바니아에서 태어나고 스위스에서 활동 중인 뮤지션 엘리나 두니의 신보. 그녀의 쿼텟 이름으로 발매된 Matanë Malit (2012)와 Dallëndyshe (2015)에 이은 세 번째 ECM 앨범으로, 이번은 피아노, 기타, 퍼커션을 직접 연주하며 노래를 부른 솔로 녹음이다. ECM 전작들을 포함해 그 이전의 발매작에서도 민속적 요소를 재즈의 언어로 통합하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을 선보이며 높은 비평적 가치를 얻기도 했다. 자신의 민족적 정체성에 관한 고민이 반영된 음악적 표현은 재즈의 즉흥 공간에서 엘리나의 독창적인 해석 가능성을 개방했고 이는 그녀만의 유니크한 표현으로 자리 잡게 된다. 엘리나는 이번 음반에서 솔로 공간의 특징을 반영해 자신의 음악적 기원은 물론 다양한 관심을 폭넓게 확인하는 계기로 삼고 있는 듯하다. 이미 예전에도 고향인 알바니아라는 하나의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발칸 여러 나라의 음악들을 재구성하기도 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더욱더 확장된 개인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장르 또한 민속 음악, 샹송, 발라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12개의 수록곡은 9개의 다양한 언어로 불리게 된다. 하지만 앨범은 다채로운 표현에 경도되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함 속에서도 단 한순간도 흐트러지지 않는 그녀의 일관성에 오히려 주목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가장 단순한 형식의 반주로 이루어진 편곡을 진행하고 있다. 결국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되는 가사가 이번 앨범에서는 가장 중요한 텍스트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해 불가능한 언어가 감상에 방해되지 않는다. 글로 쓰인 가사를 해석하고 그 의미를 전달하는 엘리나의 목소리는 구글 번역기보다 뛰어난 전달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엘리나가 부르는 노래 그 자체가 텍스트인 셈이다. 오랜 시간 함께 했던 기존 쿼텟의 지속 가능의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새로운 음악 프로젝트의 모색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는데, 결국 이번 앨범을 통해 코즈모폴리턴의 삶을 선택했음을 암시하고 있다. 엘리나의 '출발'이 어디로 향할지 궁금하다.


2018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