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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Elliot Galvin - The Influencing Machine (Edition, 2018)


영국 출신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엘리옷 갈빈의 트리오 신보. 엘리옷은 트리오 작업인 Dreamland (2013)로 데뷔 이후 2014년 'European Young Jazz Artist of the Year Award' 수상하는 등 영국은 물론 유럽 재즈 씬에서 큰 주목을 받게 된다. 이후 Edition 레이블과 계약하면서 발매한 두 번째 트리오 앨범 Punch (2016)와 더불어 전도유망한 젊은 뮤지션들 네 명이 Dinosaur 쿼텟으로 발표한 Together, As One (2016)을 통해 자신만의 감각적인 재능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번 앨범에는 이전 트리오 앨범들에서 드러머였던 Simon Roth 대신 다이노서에서 함께 했던 Corrie Dick이 참여하고 있으며 베이스 주자 Tom McCredie는 계속해서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트리오를 포함한 다이노서 등의 앞선 전작들을 접하지 않았더라도 이번 앨범만으로도 엘리옷의 뛰어난 음악적 상상력을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이 앨범은 Mike Jay의 동명 소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소설은 18세기 말 정신병원에 수감된 환자가 자신은 기계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는 인류 최초의 고백 이후 지금까지 유럽에서 벌어진 혁명과 전쟁에 대한 음모론을 그려내고 있는데, 엘리옷은 책의 주요 키워드를 추려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악적인 묘사를 진행하고 있다. 엘리옷의 연주는 포스트-밥의 전통적인 언어에 장르 접합적인 다양한 음악적 레토릭을 결합시켜 진행과 표현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임프로바이징의 구성조차 새롭게 전위시키고 있다. 또한 엘리옷은 피아노 외에도 하몬드, 신시사이저, 아날로그 음향기기를 비롯해 개조한 아동용 장난감들을 이용한 연주를 들려주는가 하면 베이스 주자는 전자기타를 더해 강력한 사운드를 완성시키기도 한다. 여기에 이러한 모든 사운드의 실험들을 하나의 집약된 표현으로 완성시키는 드럼의 역할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하나의 모티브를 음악적 표현으로 구성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콜라주한 듯한 이번 앨범은 마치 가우디의 건축 양식을 보는 듯한 신선함을 경험하게 한다. 듣는 이의 상상력까지 자극하는 앨범이다.

2018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