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thijs van Heijningen Jr. 감독의 영화 The Forgotten Battle (원제 De Slag Om De Schelde, 2020)의 OST. 지금까지 제1, 2차 세계대전을 다른 영화들은 승전국들, 특히 미국의 시각에서 다뤄진 경우가 대부분이며 간혹 독일이나 이탈리아의 관점에서 자기반성을 반영한 예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과거 독일 점령지였던 국가에서 양차 대전과 관련한 몇 편의 영화들이 공개되기도 했는데, 나치 통치하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이중적인 딜레마에 대해 다루고 있어 독특한 시선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영화는 노르망디 상륙 이후 대륙으로 향하는 연합군의 안정적인 보급망 확보를 목적으로 한 달가량 치열하게 치러진 네덜란드의 스헬데 전투를 배경으로 한다. 역사에서는 앤트워프 항구의 수복이라는 사실을 기록하고 있지만, 연합군이나 동맹군 입장에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접전지역을 두고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 지역에서의 비극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지 않은데, 때문에 영화는 이를 '잊힌 전투'라고 적고 있다. 영화는 전투 그 자체에 비중을 둔 할리우드식 전개보다, 각자의 이유로 그 참혹한 현장에 내몰린 평범한 몇 명의 젊은 남녀들을 주인공으로 세우고 있다. 프랑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Emilie Levienaise-Farrouch는 이와 같은 영화의 진행에 충실한 음악적 묘사를 보여주고 있다. 에밀리의 개인 작업에서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오케스트레이션을 활용하여 전쟁이라는 상황에 맞는 표현을 구사하고 있지만, 단순히 상황 묘사에 치중한 전개 대신 극 중 여러 인물들이 처한 공포, 불안, 분노, 허망 등의 감정이 반영될 수 있도록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사실 영화를 보는 동안 에밀리의 스코어는 귀를 기울여야 겨우 그 존재를 인지할 수 있을 정도여서, 화면에서 튀어나올 만큼 강하게 스스로를 드러내고 있지는 않은데, 어찌 보면 그만큼 극 중 상황은 물론 인물들의 심리에 잘 녹아들어 완벽한 일체감을 보여주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앨범만을 따로 들어보면 음악들은 전체적인 이야기의 전개는 물론 각각의 인물들이 구체적 상황에서 경험하게 되는 불안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어, OST만으로도 하나의 훌륭한 내러티브를 완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극의 상황 묘사가 중심이긴 하지만 그 안에 젊은 주인공들의 감정까지 함께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전쟁을 영웅의 활극이 아닌 젊은 육체와 영혼이 무참한 살육에 잠식당하는 비극임을 암시하는 영화의 주제와도 좋은 일체감을 보여주고 있다.
2021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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