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Eric Vloeimans, Jeroen van Vliet, Kinan Azmeh - Levanter (V-Flow, 2018)


네덜란드 출신 트럼펫 연주자 에릭 블로이만스가 피아니스트 예로엔 판 블리에, 그리고 시리아 출신 클라리넷 연주자 키난 아즈메와 함께 녹음한 트리오 앨범. 이와 같은 멤버 구성만으로도 10점 만점에서 8.5점은 기본으로 깔고 들어간다. 어쩌면 이 점이 이 앨범의 감상을 방해하는 유일한 편견일 수도 있지만, 그 어떠한 선입견 없이 들어도 결과는 어차피 마찬가지 일 것이다. 모두가 예상할 수 있듯이 이 음반은 재즈, 클래식, 월드 뮤직 등의 접점에서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의 결합을 담아내고 있다. 결국 이미 수 없이 많이 존재하는 이와 같은 음악적 시도들 속에서 어떻게 자신들만의 단일한 음악적 규범과 언어로 이러한 조합을 재구성하고 이를 통해 유니크한 표현을 드러나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블로이만스는 물론 판 블리에와 아즈메 역시 그 어떠한 조합에서도 자신만의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뮤지션들이기 때문에 결코 간단하지만은 않았을 시도였지만 이들은 서로 한 발 뒤로 물러서며 상대의 호흡에 의존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 결과 이들이 구성하는 공간은 무척 협소하지만 음악적 내밀함은 그 어느 순간보다 두텁고 깊이 있는 밀도감을 보여주고 있다. 서로 중첩되고 대비되는 사운드 그 자체만으로도 자신들의 무대보다 넓은 공간감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실내악적인 엄밀한 공간 규범 속에서 연주가 진행되지만 그 표현에서의 다면성은 다양한 장르적 요소로 인해 이미 충분히 개방되어 있다. 앨범 전체를 통해 진한 여운을 남기는 이스턴 스타일의 테마들은 클래식적인 규범과 재즈의 자율 속에서 독특한 긴장을 연출하고 있다. 실질적인 리더는 블로이만스지만 동일한 공간 속에서 균등한 역할이 분배된 협업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음악적인 균형은 그 어느 때보다 눈에 띈다. 각자의 분야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뮤지션들의 조합에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음악적 콘텐츠이지만 실제로 이들이 만들어낸 음악적 조화와 그 시너지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온화함과 긴장감을 함께 몰고 온 '도망자'의 이야기다.


2018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