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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Erland Cooper - Sule Skerry (Phases, 2019)

 

영국에서 활동 중인 스코틀랜드 출신 작곡가 엘란드 쿠퍼의 두 번째 솔로 프로젝트 신보. 전작 Solan Goose (2018)에서 보여준 놀라운 성과와 더불어 개인적으로 관심을 끌었던 것은 엘란드의 음악적 변화였다. 10년 전에는 포크에 기반을 둔 인디 계열의 록 음악을 선보인 Erland and the Carnival 시절이 있었던가 하면, 오케스트레이션이나 일렉트로닉과 같이 생경했던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이 차용하여 독특한 슈게이즈를 연출했던 The Magnetic North만 놓고 보더라도 엘란드의 변신은 매번 우리를 놀랍게 했다. 전작을 포함한 이번 솔로 프로젝트 역시 자기 음악과의 새로운 단절을 시사하는 듯하다. 다소 모호하게 느껴졌던 전작에서의 음악적 스탠스는 이번 앨범을 통해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장르적 특성을 조금 더 분명하게 드러낸다. 때문에 이번 앨범을 경유해 전작을 다시 감상했을 때는, 작년과는 전혀 다른 새로움과 놀라움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다고 엘란드의 솔로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장르 입문을 선언하는 것도 아니다. 모던 클래시컬이나 현대 작곡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지만, 경계적 모호함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러한 모호함은 기존 자신의 음악과 단절을 암시하면서 동시에 그 이전의 다양한 요소적 형식들을 여전히 차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이번 앨범에서도 이러한 요소적 형식의 다양성은 그물망처럼 얽혀 고유한 스토리텔링과 이미지를 동시에 완성한다. 어쩌면 이러한 경계의 모호함과 요소적 다양성이 이룬 의외의 [하지만 필연적인] 음악적 완성도가 솔로 프로젝트의 가장 큰 매력일지도 모른다. 개별 곡마다 구사하는 언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앨범 전체는 하나의 단일한 질감과 채도로 완성되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세상을 바라보는 엘란드의 신중한 관조적 시선이 고스란히 반영된 듯하다.

2019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