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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Ernst Reijseger - Walking Out (Winter & Winter, 2017)


네덜란드 출신 첼로 연주자 겸 작곡가이자 Winter & Winter 레이블을 대표하는 뮤지션 에른스트 레이제거의 신보.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매년 꾸준히 발매하는 신작들 마다 색체를 달리하며 지속적인 음악적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앨범의 경우 2000년대 중반부터 심심치 않게 이름을 올려온 영화 크레딧 중 동명 타이틀의 OST 작업이다. 정통 클래식에 기반하고 있지만 워낙 방대한 음악적 라이브러리를 보유한 뮤지션이라 그의 음악적 성격을 하나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와 같은 음악적 지향의 다면성을 그의 음악적 기원과 연관지어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앨범을 본다면 그가 지금까지 선보였던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 속에서도 가장 중심에 있는 고전음악의 지반 위에서 작업한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지반 역시 한정적인 영역에 제한된 것은 아니다. 첼로와 바이올린 등의 현악, 피아노와 오르간, 그리고 인간의 음성 등이 중심이 된 작은 앙상블의 형식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실험적 포맷으로 연주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음악적 대상은 바로크 시대의 정경에서 현대 고전음악의 일상에 이르기까지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크적인 모티브를 활용한 세 가지 버전의 "Dido's Lament [When I am Laid in Earth I~III]"나 현대 음악적 화성과 진행으로 구성한 "Taken by the River"나 "Longing for Sunrise"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물론 "Walking Out"이나 "Tales of Generations" 등에서는 영화적 내러티브를 반영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엿볼 수도 있다. 영화 음악이라는 특성 때문에 서술적 묘사나 테마 반복적 변주들이 주를 이룰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 앨범 자체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한 권의 음악적 텍스트를 완성하고 있다.


2017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