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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Erot - Gneiss (Ultimae, 2021)

Erot이라는 활동명으로 알려진 덴마크 전자음악가 Tore Kofod Hyldahl의 미니 앨범. 10대 시절부터 본격적인 음악 활동에 뛰어들었고 20세가 되던 해에 이미 유럽에서 이름을 떨친 공연 뮤지션이었던 사실에 비해 정작 음반으로 그의 음악을 접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특히 Erot이라는 프로젝트는 그의 음악이 지닌 수용적 태도는 물론 자신의 음악적 스타일과 표현의 경계를 확장하려는 일련의 지속된 실험을 보여주는 과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때문에 Erot의 초기 싱글이나 작업을 연대기 순으로 이어서 듣다 보면 마치 진화하는 하나의 생명체가 자신의 내부에 기능들을 장착하고 외형에 디테일을 추가하며 완성형을 향하는 듯한 역동성이 느껴지게 된다. 물론 이번 EP도 그 진화의 한 과정이겠지만 이미 그 자체로도 충분한 완성도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렉트로닉 내의 다양한 장르적 요소들이 조밀하게 얽혀 있는 다면적 특징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때문에 이번 앨범에서도 장르 내의 여러 다면적 표현들을 관찰할 수 있는데, 그 어느 것 하나 전면에 나서면서 곡의 성격을 규정하려 들지 않는 복합성 그 자체가 Erot의 유니크한 면모를 더욱 강화한다는 인상도 받게 된다. 이는 Henrik Laugesen (a.k.a. Lauge)이나 Vincent Villuis (a.k.a. AES Dana)의 피처링으로 완성된 두 개의 트랙에서도 이들이 Erot의 유형적 특징에 녹아들어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만을 드러내는 대목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는 다운 템포 계열의 진행 속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 안에 포함된 요소적 복합성으로 인해 다크 앰비언트에서부터 라운지에 이르는 앰비언트 계열의 다양한 특징들이 연상되기도 한다. 또한 스테레오로 녹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공간적 성격을 뛰어넘는 듯한 입체감이 인상적인데, 조만간 애플에서 애트모스 서비스가 시작되고 이번 작업이 리마스터링으로 릴리즈가 이루어진다면 다시 한번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다크 하면서도 볼드 한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숨 막히는 아름다움이 강하게 느껴지는 앨범이다.

 

2021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