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머 Christoph Steiner가 이끌고 Christoph Grab (sax)와 Florian Favre (p, moog)가 참여한 스위스의 재즈 트리오 이스케이프 아겟의 신보. 2015년부터 함께 연주를 시작한 이들 팀은 비록 프로젝트의 성격이 강하지만 참여하고 있는 뮤지션들로만 보면 현재 스위스 재즈 신을 대표하는 중량급으로 구성된 것은 분명하다. 지금은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지만 2000년대 중후반부터 카바레 음악과 아방가르드의 절묘한 조합으로 관심을 끌었던 그룹 Hildegard Lernt Fliegen으로 유명한 스타이너를 비롯해, 1990년대부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중진의 입지를 다진 그라브, 솔로와 트리오 활동 등으로 주목을 받는 파브르 등, 이들의 구성만 놓고 보면 재즈 내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포괄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역량을 응집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일반적인 예상에 대해 그룹이 어떠한 답변을 제시했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서로의 이질적인 요소들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했는지 역시 흥미로운 대목이다. 두 번째 궁금증부터 이야기한다면 이들은 각자의 개성이나 스타일을 고스란히 노출함으로써 오히려 그 안에서 상호공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분위기는 의외로 터프하고 사운드의 질감 또한 거칠지만 인터플레이를 위한 끊임없는 상호 모색 덕분에 날 선 신중함이 공존하는 묘한 매력을 경험하게 된다. 사실상 음악적 언어의 이질감마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각자의 표현을 고수하며 단일한 합의에 도달하기란 쉽지 않아 보이지만, 균등하게 배분된 각자의 공간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통해 도달한 결론은 의외로 설득력이 있어 이 또한 재미있는 대목이다. 결국 자연스럽게 첫 번째 호기심에 대한 이야기에 이르게 되었는데, 이들은 테마의 구성과 관련한 최소한의 합의에 기반을 둬 이후의 자율 공간에서는 특정한 양식을 염두에 두지 않는 장르적 표현의 개방성을 보장하고 있다. 서로의 다름을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이질적인 요소들을 해소하고 자신들의 스타일로 완성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2018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