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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Espen Berg Trio - Fjære (Odin, 2022)

노르웨이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Espen Berg의 트리오 앨범. 에스펜은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작곡을 했지만 정식으로 레슨을 받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16세가 되어 처음으로 정식 교육을 받기 시작했는데 당시 그의 첫 스승이 무려 Helge Lien으로 알려졌다. NTNU 학부 시절 색소폰과 튜바로 구성된 3인조 Listen!을 결성해 꽤 오랜 활동을 이어갔고, 여러 유명 뮤지션들의 세션 멤버로도 상당한 경력을 축적하게 된다. 이후 2010년대 초 본격적인 개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베이스 Bárður Reinert Poulsen과 드럼 Simon Olderskog Albertsen과 함께 자신의 트리오를 결성하게 된다. EBT는 전통적인 재즈 트리오의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북유럽 특유의 개방적인 공간 활용을 보여줌으로써 자신들만의 고유한 색을 서서히 정교하게 완성하게 된다. 풍부한 멜로디와 다변화하는 리듬이 결합하여 활기 넘치는 운동 에너지를 만들어내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개별 공간에서 표출되는 뛰어난 테크닉과 더불어 트리오 특유의 긴밀한 인터랙티브와 텐션이 드러나게 된다. 이와 같은 모습이 가장 극적인 형식으로 총합을 이룬 가장 최근의 예가 Free to Play (2019)인데, 이번 앨범에는 이를 기반에 둔 새로운 공간 확장의 시도를 포함하고 있다. 앨범 전체는 기본적으로 트리오 구성의 연주로 이루어졌으며, 여기에 보컬 Silje Nergaard, 색소폰 Hanna Paulsberg, 트럼펫 Mathias Eick 등과 같은 특급 게스트와의 개별 협연을 담고 있는 4개의 트랙이 추가되어 있다. 한나와의 협연에서는 색소폰의 라인이 전체의 진행을 이끄는 형식이지만, 트리오는 정교한 하모니를 통해 공간이 분리되지 않고 온전한 음악적 일체감을 이루는 방식을 선보이며, 실예와의 트랙에서도 섬세한 프로듀싱을 통해 전면에 들어선 보컬의 단순한 반주자로 트리오가 기능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공간을 밀착해 내밀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게스트가 더해진 협연 형식의 진행에 비해 마티아스와의 연주는 새로운 공간의 구성은 물론 표현의 확장을 위한 흥미로운 시사점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트럼펫 사운드의 구성을 세분화하여 새로운 스테레오 이미지를 완성하는가 하면, 연주 자체에서도 현재 멤버들과 다양한 대위와 카운터를 이루며, 기존 트리오와는 다른 양식의 온전한 쿼텟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EBT의 연주로만 이루어진 트랙들 또한 전작들에 비해 조금은 더 여유로워진 공간 활용을 선보이며 정적인 방식으로 음악적인 밀도를 응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Introduction to XVII”과 “XVII”의 연작에서와 같은 빌드-업을 통해 신선한 몰입을 제공하는 등, 트리오만의 고유한 매력을 경험할 수 있는 녹음도 다수 포함되어 있음은 당연하다. EBT에게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에 섬세한 서정까지 담아낸 EBT다운 앨범이다.

 

 

2022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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