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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Espen Eriksen Trio – What Took You So Long (Rune Grammofon, 2012)

 

 

노르웨이 출신들로 구성된 에스펜 에릭센 트리오의 2012년 앨범. 개인적으로 작년도 자라섬 페스티벌에서 이 그룹의 공연을 직접 보지 못했던 것이 가장 아쉬울 만큼,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기대되는 러블리한 트리오. Lars Tormod Jenset (베이스)와 Andreas Bye (드럼)으로 구성된 이 트리오는 우리가 흔히 북유럽 피아니즘이라 부르는 특유의 음악적 색채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테마, 임프로, 반복으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진행에도 불구하고 테마를 구성하는 아름다운 라인과 섬세한 코드 진행은 매우 인상적이다. 음 하나 하나 마다 고유한 각인을 세기듯 피아노의 왼손과 베이스의 울림은 정교한 화성을 만들어낸다. 그 효과는 마치 여러 색의 불빛이 하나로 모여 완성된 아름다운 빛줄기가 차가운 공기를 가로지르는 듯 한 상쾌함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앨범에서는 특히 2010년에 발매된 이들의 전작에 비해 더욱 정교해진 팀워크에도 주목하게 된다. 전작의 경우 각각의 악기들은 서로 동일한 등위의 거리에서 공통의 합을 이끌어 내는 듯한 특징을 보여줬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하나의 유기체와 같은 일체감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해준다. 마치 피아노가 본진을 넓히는 동안 그 주변에 드럼이 쉴드를 쳐주고, 그 중심에서 베이스가 부지런히 미네랄을 공급하는, 매우 유기적인 본진 플레이가 연상된다(이건 또 뭔 개소리 -,.-). 차분하지만 음과 음 사이에서 끊임 없는 긴장을 느끼게 해주는, 내적 에너지로 충만한 연주들로 가득한 앨범이다. 작년 한 해 앨범 활동 쉬었으니 올해 꼭 신보 들고 찾아오시기를.

 

20140218